[사건으로 보는 덕후세상]

영혼이라도 참석합니다
 

  ‘영혼 보내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나의 몸은 갈 수 없으니 영혼이라도 보내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새로운 형태의 소비문화다. 여성영화의 지속적인 제작을 위해 손익분기점 돌파 및 상영관 확보 등을 목표로 삼고, 실제 관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추가 자리를 예매하거나 관람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티켓팅을 해 관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제 영혼 보내기는 일종의 문화 운동이 됐다. 지금껏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었던 영화계에서 여성 중심 서사나 여성 영화인이 제작한 작품은 투자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었으며, 이를 결과물로서 만나는 것은 그만큼 귀한 사례였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여성영화가 나오기 위해선 낡고 성차별적인 인식 및 구조를 전복시킬 집단적 행동이 필요했고, 같은 신념으로 모인 집단이 하나의 팬덤이 돼 그 저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쓰백〉(2018)이 있다. 영혼 보내기 외에도 n차 관람을 독려하거나 관객과의 대화를 여는 등 독자적인 팬덤인 ‘쓰백러’의 움직임은 곧 여성영화 부흥을 염원하는 열정 자체로 읽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문화가 작품성과 관계없이 영화를 지지하거나 단일한 감정만을 가지고 작품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빛조차 보지 못하는 여성영화들이 많은 현실에서 해당 비판은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함께 영혼 보내기를 영화계의 기형적 구조를 먼저 바꾸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관련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원 편집위원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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