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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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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19세기 흑인여성문학의 정치성신주진 / 문화연구학 강사
홍의미 편집위원  |  dmlal33@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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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호]
승인 2020.10.06  21: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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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흑인여성문학의 정치성

 

신주진 / 문화연구학 강사

 

  역사적으로 근대의 규정은 항상 자본주의와 시민계급의 형성으로 설명돼 왔다. 법과 제도의 차원뿐 아니라 이념과 철학, 문학 등 사상과 문화의 차원에서도 계급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서 항상 배제되는 것은 인종과 젠더다. 실비아 페데리치(S.Federici)가 《캘리번과 마녀(Caliban and the Witch)》(2004)에서 근대 자본주의 형성 과정 속 식민지 노예무역과 마녀사냥이 시초 축적에 어떻게 결정적으로 기여했는가, 그럼에도 인종과 젠더의 문제는 어떻게 누락돼 왔는가를 설명할 때, 계급에 가려진 흑인과 여성 억압의 현실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여러 흑인페미니스트들의 지속적인 저항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인종화된 여성, 여성화된 인종의 문제는 계속 주변화되고 다시 또 잊혀진다.
  한우리의 논문 〈인종화된 젠더와 젠더화된 시민권:미국 흑인여성문학과 교차성 이론〉은 여러 겹으로 배제되고 누락된 흑인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되살리고 재해석해낸 값진 성과다. 이 논문은 근대로의 이행이 완성을 향해 가던 19세기 말의 미국 사회에서 행해진 흑인여성들의 글쓰기 작업에 주목하는데, 그 안에서 지배 권력의 억압과 이에 대한 저항의 동학을 교차성 이론으로 읽어낸다. 이 시기 흑인여성문학을 교차성 페미니즘 이론으로 읽어내는 것은 떠오르는 국민국가 속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지배의 기제인 계급과 인종과 젠더가 결코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고 얽혀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19세기에 벌어진 미국의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그 이후 오랜 흑인민권 운동의 역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지난한 투쟁으로 점철돼 왔지만, 여기에서 그 투쟁의 대표성은 서구사회의 주류인 백인남성 중산층과 대척점에 있는 흑인남성들의 몫이었다. 계급화되고 인종화된 흑인의식의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 흑인언론과 흑인문학도 모두 흑인남성에 의해 대표됐다. 흑인문학이 흑인남성에 의해 대표되고 여성 문학은 백인여성에 의해 대표되는 상황 속에서 가려지고 지워지는 것은 흑인여성문학의 존재다. 흑인여성문학이 담아내는 흑인여성의 고유한 삶과 경험, 욕망과 섹슈얼리티, 목소리도 함께 사라진다. 교차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 논문이 주목하고 되살려내는 것은 바로 이 영역, 글쓰기로 행한 흑인여성들의 투쟁의 역사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가 기존의 문학 연구와 틀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구성, 수사, 문체, 표현 등의 문학적 주제들은 과감하게 제쳐뒀고 특정한 장르나 장르의 변천 과정에 몰두하지도 않는다. 이 연구는 흑인여성문학을 정확히 미국 사회 건설의 주체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흑인여성들의 정치적 행위이자 실천으로 의미화하고 맥락화한다. 노예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다시 시민으로 자신들의 정체와 권리를 향해 싸워온 흑인여성들의 삶과 투쟁의 모습을 흑인여성 노예서사와 가정소설, 멜로드라마 한 편씩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펼쳐낸다. 백인남성 가부장제 국민국가가 형성돼 가는 긴 혼란의 시기,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 자유인이 된 이후에도 흑인들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흑인 분리차별과 KKK단과 같은 백인우월주의적 폭력에 노출되는 등 온전하고 동등한 국가 구성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적 권리 획득을 위한 법과 제도고, 그것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인종과 젠더를 둘러싼 지배적 관념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다. 흑인여성 작가들에게 글쓰기와 소설이 주요한 매체가 되고, 이를 통한 교육과 지성의 함양이 중시되는 것은 이 지점에서다.
  본 논문이 세 작품의 분석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흑인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종적·젠더적 주체의 재구성이다. 그것은 지배 시스템에 의해 호명되고 구성되는 방식, 즉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혹은 자연스럽게 저절로 구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워서 쟁취해내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포함과 배제 사이의 모순적이고 불안정한 위치에서 그녀들은 인종화되고 젠더화된 시민으로서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공적 영역에 참여할 권리를 획득하며 흑인공동체를 이뤄내기 위해 혼신을 다해 협상하고 투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논문이 당시 흑인여성문학의 시대적 한계들을 읽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퍼의 가정소설에서 흑인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인종 향상 이데올로기의 전유는 흑인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이상적인 흑인자아를 발명하는 데 기여했으나, 그것이 결국 근대적 국가기획의 일환으로 지배 체제에 의한 포섭이라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인종적 멜로드라마 《한 핏줄》이 상상하는 ‘형제애적 시민사회’가 여성을 배제하는 사회 계약이 아니라고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뮬라토(Mulatto) 형제애’를 전경화하는 것에 대해 왜 멜로드라마 속 흑인여성 주인공이 아닌 흑인남성이 대안적 정치체의 중심에 놓이는가 하는 문제가 질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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