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노동자’ 사이 그 어디쯤

 

  대학원생노조가 21대 국회에 대학원생 권리보장을 위한 5개의 법안을 요구했다. 여기엔 학생 조교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고, 국가 R&D 과제 참여연구원의 근로계약 의무화를 명시한 ‘R&D 혁신법’ 및 산재보험 적용을 명시한 ‘산재보험법’을 개정하는 것이 포함됐다. 또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고등교육법 등 ‘각종 관계법’을 개정하며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 환경 개선 및 대학 구성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역시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 대학원생노조 김래영 사무국장은 ‘위험한 연구실, 학생연구원의 재해보상보험’의 글에서 다양한 연구실 사고 사례가 존재하지만, 학생연구원을 근로자로 보지 않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현재 연구실안전법이 연구 활동 종사자에게 산재보험이 아닌 상해보험만을 의무화해 피해자가 중상인 경우 치료비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더불어 제20대 국회에서 학생연구원의 산재보험 가입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

 

  2020년 9월 14일 강원대학교 에너지화학공학과에서 열분해연구실 사망 사건의 폭로가 있었다. 대학원생노조는 연대와 재수사를 위해 이 사건을 알렸다. 2018년 10월 11일 군 복무까지 건강하게 마친 학생이 강원대학교 에너지화학공학과 열분해연구실에서 1년 반 만에 발암물질 중독으로 급성 백혈병에 걸렸고, 열흘 뒤 사망했다는 제보였다. 본지의 취재 결과 대학원생노조는 사건 인지 후 해당 사건에 대해 구체적 제보를 받고 의원실을 통해 강원대 측에 9월 23일 질의했다. 그러나 강원대는 사망한 학생의 사인은 평소에 앓고 있었던 크론병을 원인으로 하는 복부내출혈로 밝혀졌으며 백혈병 치료약을 처방받은 것은 사실이나 확진이 아닌 의증으로서 치료를 받고 있어 사망과 직접 연관됐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족은 사망자의 부검을 거부했고 사망진단 및 남겨진 기록만으로는 백혈병이 사인이었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원인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답했다.
  대학원생노조는 유족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점, 사망한 학생이 확진으로서 백혈병을 앓고 있었는지 불분명한 점을 근거로 새로운 증거가 입수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추가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사망원인에 대해 강원대 측이 책임져야 하는 재해로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입수된다면 해당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원생노조는 학생연구원이 연구실의 최전선에서 연구 활동에 종사하며, 분야에 따라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를 예방하는 것만큼 사고가 일어났을 시 그 보상책도 중요함을 설명했다. 학생연구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되도록 특례조치를 입법화해 노출된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역시 강조했다. 추가로 대학원생의 노동자성 인정과 결집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하며 대학원생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해결법 모색을 목적으로 결성된 대학원생노조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렸다.
본교는 연구실안전 법정 교육을 통해 상시 연구활동자 명단 및 위험도를 관리하고, 관련 내용을 대학원 홈페이지에 게시 및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도 1학기 연구실안전 법정 교육 이수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실안전 법정 교육 권고기준 50%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달한 학과가 7곳이나 있었다. 이는 법정 교육은 존재하지만 실시 여부에 대한 강제성 및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학교 역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은 학생과 노동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등록금 반환 문제에서도 대학원생은 제외됐다. 대학생의 입학금이 폐지됐지만, 대학원생의 입학금은 여전히 존재한다. 연구조교, 교육조교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로서 근로계약 및 산재 처리를 받을 수도 없다. 대학원생이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홍의미 편집위원 | dmlal33@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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