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엉망진창 감사

 

누락된 자료로 끝난 상반기 감사 

 

   본교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의 상반기 회계감사 총평이 9월 7일 공개된 가운데, 감사돼야 할 항목인 ‘학생회비’와 ‘수익금’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원 총학생회 회칙에 적시된 감사 항목에는 ▲총학생회 및 운영의 예산편성·집행 및 결산에 관한 사항 ▲기타 재정이 포함됐으나 감사자료집에 수록돼 있지 않았다. 이는 ‘학생자치기구의 세입·세출 결산 검사’ ‘사업 및 회계를 상시로 감시·감독’한다는 감사의 목적에 위배된 것이었다.

 

 
 

실수도 쌓이면 실력

 

   감사자료집을 통해 원총이 진행한 사업과 그 결산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거래를 증빙할 수 있는 거래명세서나 세금계산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효력 없는 ‘의뢰내역서’만이 존재했다. 일례로 ‘인권 노트 거래 명세서’에는 거래 명세서가 아닌 워드 파일 형태의 ‘물품구매 의뢰 내역서’가 첨부돼 있었다. 부적절한 자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등록금심의위원회 협의 사항 예산 반영을 위한 증액 협조 요청’ ‘2020년 하반기 총학생회 장학금 고지 감면 요청’ ‘특수대학원 및 경영전문대학원 예산 배정 요청’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호스팅 유지비 결제’ ‘2020년 5월 대학원 열람실 관리위원 근로장학금 지급 요청’ ‘2020년 상반기 총학생회 인권 노트 공모 사업 장학금 지급 요청’ 등 직인이 누락된 문서와 워드 파일을 캡처한 공문도 난무했다. 이에 본지가 대학원 지원팀에 확인을 요청한 결과, 앞선 문서에 대한 집행은 모두 이뤄졌다는 답변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문헌정보학과 OT 및 학술 세미나’에 대한 지출결의서는 행사 자체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음에도 공문 직인이 누락된 채로 감사자료집에 수록돼 있었다. 감사자료집을 통해 예산의 집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집행이 된 문서와 되지 않은 문서를 구분할 수 없었다. 원총은 감사자료집에 실린 자료가 실수임을 밝혔으며, 이는 회칙에 따라 정확하게 진행돼야 할 감사가 명백한 가이드라인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건국대 원총의 경우, 등록금 회계와 함께 학생회비 역시 감사를 받고 학교 측에 회계장부를 제출해 그 출처와 타당성을 확인받는 식의 절차를 거친다. 학생자치기구로서 자율성은 유지돼야 하기에 예산을 편성하는 건 그들의 몫이지만 이를 상시로 감시·감독받음으로써 투명성을 더 확보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본교 원총 감사자료집의 경우 학생회비에 대한 내용은 아예 수록되지 않았다. ‘회비 잡부에 관한 사항’은 감사 항목에 명시돼 있었으나 통째로 누락된 것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원총은 사용한 학생회비 내역을 통장으로 공개했지만 감사에는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원우들은 학생회비 사용내역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이에 원총은 추후 감사자료집에는 학생회비와 관련된 건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상반기 감사가 이미 부족한 채로 끝난 시점에서 이러한 답변은 의문만을 남겼다.

 

베일에 가려진 수익금

 


   또한 원총의 ‘수익금’은 감사 항목 중 기타 재정에 관한 사항에 포함되는데 이에 대한 감사도 누락됐다. 해당 비용은 원우들이 지불한 전산실 프린트 비용과 사물함 사용료 등으로 구성된다. 수익금의 필요성에 대해 원총은 학교 내부에서 물품 구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이때 쓰이기도 하며 현금 처리를 빨리해야 할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수익금이 쓰인 내역에는 감사비, 총학생회실 내 정수기 비용, 복지장학금 심사비가 있으며 추후 하반기에 지출될 고정 비용 항목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익금의 출처, 사용내역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감사자료집에서도 누락돼 해당 통장의 존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원총은 2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익금 회계장부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으며 카카오뱅크 통장으로 내역을 원총 내에서 공유한다고 했으나, 이 내용은 28일 인터뷰에서 번복됐다. 홍인표 부총학생회장이 학생회비와 함께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24일 정리된 내역이 없다며 통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수증은 서류철로 정리돼 있지 않았고 통장 지갑에서 꼬깃꼬깃 접어져 빛이 바래 있었다. 이처럼 회계장부 관리와 관련된 ‘어긋난’ 답변은 원총의 현주소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학생회비 통장은 ‘돌려막기’용

 


   상반기뿐만 아니라 수익금은 총학생회실 내 마대 자루 구비와 대자보 부착 등에 쓰이기도 했으나 해당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학생회비와 수익금 지출은 항목에 대한 명확하고 세세한 구분 없이 급할 때 ‘돌려막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사업 계획안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사업계획 작성 시 구체적인 기획뿐 아니라 지출 항목을 정리·분류한 예산안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원총은 계획 부재로 변동을 겪다 보니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체계가 없는 운용에 대해 이주은 총학생회장은 차기 원총이 체계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세워 노력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다만 인터뷰 내내 회계의 체계에 대해 ‘잘 모르겠다’로 일관하던 모습은 우려스럽기 그지없었다. 감사는 “학생자치기구 운영의 개선·향상”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감사비 예산은 원우들이 사물함을 대여하고, 전산실에서 인쇄 비용으로 지출한 수익금의 일부로 구성되는 만큼 모든 항목을 빠짐없이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상반기에 이뤄진 감사는 부적절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으며 심지어 감사에서 제외된 항목도 있었다. 감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논하기 이전에 ‘논할 내용’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감사가 상반기와 같이 진행된다면 원총이 예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원총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감사자료집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정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올바른 감사 문화가 자리 잡고 원총이 학생자치기구로서 발전을 거듭하길 바란다.

 

최진원 편집위원 | jinwon3741@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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