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으로 보는 덕후세상]

애정이 빚어낸 선한 영향력
 

  지난 2월 말,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취소됐다.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각자만의 방법으로 허탈한 마음을 해소하며 이 현실을 극복하려 했다. 그 사이, 예상치 못한 움직임 역시 포착됐다. 콘서트 취소로 환불받은 금액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하는 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돼 다시 아티스트와 팬덤이 한자리에 모일 날을 고대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단에 힘을 싣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방탄소년단 혹은 아미의 이름으로 이뤄진 기부 릴레이는 며칠 사이 그 금액이 5억 원을 돌파했고, 그 외에도 보건용 마스크를 대량으로 기탁하거나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 및 보호 키트를 지원하는 등 여러 활동이 이어졌다.

  과거 팬덤에는 스타를 향한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선물 등을 보내는 이른바 조공 문화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젠 기부 문화로 성장함에 따라 팬덤은 스타의 선행을 모방하거나 더 나아가 자부심과 만족감을 기반으로 더욱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대상과 목적도 다양화됐다. 스타의 관심사나 취미 등에 걸맞은 색다른 선행을 고안하고, 현재의 사회적 이슈에 발맞춰 기부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결국 특유의 결속력과 연대감을 지닌 집단으로서의 팬덤이 확장시키는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력은 점차 하나의 단편적인 현상을 넘어 연쇄적이고도 뚜렷한 정치성 획득의 초석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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