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기획사회
[사회] '단지 평등'으로서의 동성결혼아델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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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승인 2020.09.01  17: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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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결혼이지만 괜찮아 ① 사회적 합의의 시작

행복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인류의 종족보존이고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일컫던 시대가 있다. 그러나 2020년을 맞이한 오늘날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결혼할 필요도, 소속과 존중을 얻기 위해 결혼을 ‘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 과연 결혼제도는 어떤 역동을 거쳤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번 기획에서는 변화하는 결혼의 형태를 살펴보고 결혼 제도의 전망을 내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회적 합의의 시작 ② 결혼식? 난 비혼식 ③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면 ④ 퀴어 생활공동체를 위한 법적 보장

 

‘단지 평등’으로서의 동성결혼

 

아델

   동성결혼은 법이기 이전에 차별 시정의 차원에 놓여 있다. 제도 바깥에서 비가시화돼 온 LGBT/퀴어는 시민권의 법적 경계를 확대함에 따라 동등한 시민으로서 위치하게 된다. 이는 문자 그대로 ‘단지 평등(Merely Equality)’을 주장하는 운동으로서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를 추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미국의 LGBT/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는 불꽃 하나가 점화됐다. 일부 활동가들이 〈동성결혼을 넘어〉라는 제목의 공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오늘날 미국에 존재하는 결혼 정치의 좁은 경계를 넘어서기를” 촉구한 것이다. 더욱이 이 성명서는 워싱턴주 대법원이 동성결혼 금지법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날 발표돼 동성결혼 운동 또는 LGBT/퀴어 운동 내부의 ‘분열’을 감지하게끔 했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지난한 논쟁의 시발점이 됐다.


가부장적 제도로서의 결혼


   동성결혼 운동에 제기되는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결혼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왔듯 결혼제도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태동했고 또한 그것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기능해 왔다. 그동안 이성애 결혼을 비판해 온 이들에게는 동성결혼 운동 역시 ‘덜 매력적’인 목표이자 이유다. 결혼제도는 “강제적 이성애 제도”의 일부로서 ‘남성과의 결혼과 자녀의 출산은 모든 여성에게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젠더 규범과 로맨스 이데올로기를 통해 ‘사랑’의 종착지로 간주 내지 강제돼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성결혼도 가부장성을 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콕스는 동성결혼이 가부장적 제도에의 동화로 단순하게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여성이 비(非)남성 사람을 선택하고 헌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반가부장적인 의의는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학자 낸 헌터는 동성결혼이 기존의 ‘결혼’에 부착돼 있던 “젠더화된 개념”을 무너뜨리고, 대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피력한다. ‘동성의/평등한’ 아내들과 남편들은 ‘진정으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결혼의 민주화”는 이성애 부부와 특히 여성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제기되는 질문은 결혼제도의 외연을 확장시켜 그 안에 포함되고자 하는 것은 결혼의 ‘최상의’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즉 동성결혼 운동은 애초에 ‘이성애 정상성’를 기반으로 구축된 제도에 “포섭” 내지 “동화”되는 반동 정치일 수 있으며, 특권을 획득하는 “착한 게이 시민”과 여기서 또다시 배제되는 “나쁜 게이”를 분할한다는 비판이다. 에텔브릭은 동성결혼이 “이성애자와 우리의 닮음”을 강조하면서 “‘차이를 만들 기회’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퀴어 문화가 역사적으로 구성해 온 독특한 친밀성을 강조하고, 국가에 의한 섹슈얼리티 통제 및 정상화를 우려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배지트는 무엇이 진정 동성애자에게 고유한 것인지 질문해 볼 수 있으며, 결혼은 변하고 구성되는 제도이자 담론이기에 동성결혼은 우리를 기존의 제도와는 “매우 다른 곳으로” 이끌 것이라 논박한다. 실제로 가족과 결혼에 관련된 제도와 가치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특히 오늘날에 올수록 급격한 변동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동성 파트너를 고른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성애자가 “결혼에 적합한 종류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동성결혼의 제도화 과정은 오히려 개인과 사회의 인식론적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성애를 기반으로 구성됐던 결혼제도 자체의 의미도 뒤집을 수 있다는 반론이다.

   
 
특권으로서의 결혼


   하지만 서구의 동성결혼운동의 백인-남성-게이 중심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 이슈에서 인종적 소수자와 빈곤층, 비혼의 다양한 가족들은 어디에 위치하는가는 여전한 문제로 남는다.
‘동성 결혼을 넘어’는 LGBT/퀴어 운동이 “상호의존적이고 지구적인 공동체” 속에서 “빈곤, 인종차별, 여성혐오, 전쟁, 그리고 억압의 구조적 폭력에 저항”하고 “모두를 위한 사회경제적 정의”를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HIV/AIDS와 보건의 문제 특히 유색인 트랜스젠더에게 가해지는 혐오폭력 등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게 되며, 결국 이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등의 국가들에서 동성결혼은 보편적 의료에 대한 헌신 이후에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낸시 폴리코프는 2008년 〈Beyond (Straight and Gay) Marriage〉에서 현재 법적 동반자만이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의 문제가 “진정으로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 의료보험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는 자율적인 두 성인이 결혼에 골인하고 독립적인 가구를 꾸리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개인’이 될 수 있다는 생애 규범을 비판해야 하고, 이렇듯 결혼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하는 배타적 권리를 대신해 ‘대안적 친밀성’을 통해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국가들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결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실혼 결혼, 가정 파트너십 제도, 북유럽 모델, 프랑스 모델 등이 그 예다. 동성결혼과 파트너십 제도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에 따라 양쪽의 제도 형태가 공존하기도 하며, 하나의 제도가 다른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의 과도기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안적 친밀성과 가족구성권


   지금까지 동성결혼에 제기된 이슈들을 살펴봤으나, 반론이 가능하다고 해 그 자체로 비판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제도에 누가 포섭되고 배제되는지, 그 경계가 구성되고 강력한 권력으로 작동돼 온 지점을 비판적으로 정치화할 필요가 있다. 동성결혼을 ‘퀴어’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가족구성권 담론이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족구성권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관계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호주제 폐지 이후 만들어진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의 경우 “가족을 규범적인 형태의 고정된 단위로 보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생애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실천하는 개인에 주목하는 접근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함과 동시에 “우리의 활동이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적 정상 가족의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 담론을 확산해 나가는 과정의 일부가 돼야”함을 강조한다. 해당 모임은 현재 ‘가족구성권연구소’ 및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가족’의 지위 보장 및 지원을 위한 정책 제안을 실행하고 있다. 가족구성권 개념은 앞서 논의한 문제의식들을 고려·경계하면서, 결혼과 파트너십 제도를 포함하는 ‘동성결합’이 지향해야 할 바를 알려준다.


‘사회적 합의’의 출발, 평등한 사회의 시작


   이처럼 동성결혼 운동은 LGBT/퀴어 이론과 실천 내부의 지형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 글은 동성결혼에 대한 비평을 개괄하고, 우리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가족구성권 운동의 의미를 조명해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2017년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혼 금지 위헌 판결을 내린 5월 24일, 한국에서는 군형법 제92조 6항에 따라 육군 대위 A씨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동성애를 처벌하는 소도미법 폐지와 마찬가지로 동성결합의 지위 보장은 사회적 합의의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한다.
   동성결혼에 대한 일부의 입장은 이른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되풀이된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의 합의는 언젠가 도달할 시점이 아니라 모두가, 공적 영역에서 실존하는 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갖고 지속적으로 구성해 가는 것이다. 동성결합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함은 혼인과 혈연을 넘어선 사회적 유대를 상상하고, 배제와 차별을 넘어선 ‘단지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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