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 간호학 석사

그래도 우린, 간호계를 위해 연구한다

 

 

■ 질적 현상학적 방법을 채택한 이유는

   본 연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현장의 간호사가 겪을 수 있는 주관적 경험과 그에 따른 다양한 사례를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사회현상의 전개 원리를 분석하고, 간호조직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기초적 자료를 제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선 간호업계 문화에만 존재하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 및 설명할 필요가 있었으며, 실제 간호사들의 변화된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다가가기 용이한 질적 현상학적 방법이 연구에 적합하다고 여겼다.


■ 연구 대상 선정 기준과 자료수집 과정은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총 12명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과 후 두 시점 모두에 근무 경험이 있는 자로 구성됐다.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 문제와 관련해 가장 많은 경험적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는 의도적 표집이 요구되므로 연구책임자의 다양한 동료와 선·후배 간호사 중 심도 있는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자로 선정했다.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고 면담은 본인의 이야기를 더 잘 꺼낼 수 있도록 1:1 직접 면담으로 진행했다. 또한 후속 질문의 구성 및 흐름은 정해져 있었으나 참여자의 개인적 경험을 더욱 더 풍부한 설명으로 끌어내기 위해 융통성 있게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해석과정에서 정확한 의미에 대한 재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참여자와 추가적 면담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 연구에 ‘태움’이 등장하는데

   1년 6개월이 되던 어느 날 유독 태움이 심해 잠수를 탔던 적이 있다. 당시 담당 환자의 상태도 안 좋고 너무 비협조적이라 일이 느리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같이 근무했던 조의 제일 높은 선임간호사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아래 연차 간호사들이 나의 일을 도와주는 것을 목격하자 그들을 불러 모아 절대 누구도 도움을 주지 말라고 협박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나다니는 곳에서 내게 소리를 질러 수치심을 줬으며 결국 그날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보호자 한 분과 환자 한 분이 이것저것 손에 쥐여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가해자는 마지막 날 퇴근하는 그 순간까지 다음 조 선임간호사에게 대놓고 나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너무나도 끔찍한 날이었지만, 여러 동료가 붙잡아 준 덕분에 벌써 7년 차 간호사가 됐다.


■ 연구가 간호 현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어느 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해 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봤다. 이는 실제 논문 결과와 일치하기도 했다. 본 연구는 해당법과 간호사 직무 현장과의 연결고리를 짚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태움’이 조금씩 언론에 노출됐지만 간호사가 아니면 그 실체가 많이 와닿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 논문이 괴롭힘이라는 한 단어로는 결코 일축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간호업계 내 문제적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움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구조적 틀의 변화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


■ 간호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면 기대하는 후속 연구

   연구 결과를 통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발생 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특히 법을 간호사의 실무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되 간호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교육의 구성이 중요하다.
질적으로 접근한 본 연구는 일반화하기엔 제한점이 있어 양적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의료기관 및 근무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확대해 연구하는 것을 기대한다. 또한 근무 경험에 상관없이 모든 간호사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관심 및 지식 정도를 알아보는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간호사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설문 형태의 측정 도구를 활용해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도 후속 연구로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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