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가봤어?]

 

시위 대표명소, 광화문 광장 말야

 

   지방에 살다 상경한 필자에게 ‘서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가 있으니, 그건 바로 광화문 광장이다. 경복궁을 지나 대문을 열면 갑자기 도시가 나오는데, 광화문 광장은 그 도시에 적응할 시간을 주듯 텅 비어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한 겨울에 처음 본 광화문 광장은 공허했고, 사람조차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비어있었다. 그러나 상경한 지 꽤 지난 지금까지 그토록 비어있고 또 그토록 꽉 차 있던 공간은 본 적이 없다. 그 곳은 세월호의 진상규명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 어려있고 부패한 정권은 퇴진하라는 외침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존재를 인정해달라던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로 얼룩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이 되면 그 모습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시가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을 발표하며 새로운 광화문 광장의 계획안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당선작으로 꼽힌 계획에 따르면 지상은 ‘비움’ 지하는 ‘채움’을 큰 주제로, 광화문 광장은 기존 면적의 3.7배를 확장해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탈바꿈한다.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얻은 포장 패턴과 한글을 모티브로 한 바닥조명 역시 인상적이다. 바뀔 광장의 모습과 그 위에 쌓아올릴 역사가 기대되는 한편, 그곳에서 뜨거운 20대를 보냈던 필자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기도 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전, 필자처럼 지금의 광화문 광장을 기억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는 건 어떨까. 공간 속에 어린 추억들을 더듬으며 말이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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