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1.11 수 11:46
특집
[바이오] 신약개발과 윤리의 역사임현자 /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저자
최진원 편집위원  |  jinwon3741@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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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승인 2020.09.01  16: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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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과 바이오강국 ① ] 신약개발과 윤리의 역사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래의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선 초기 신약의 임상시험 역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 문제를 시작으로 현재 임상시험의 현주소, 이슈화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향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신약개발, 그 첫걸음 ② ‘임상시험’의 현주소 ③ 떠오르는 신약, 첨단바이오의약품 ④ 바이오강국을 향해

 

신약개발과 윤리의 역사

 


임현자 /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저자

 

   
 

   신약은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근거로도 승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에는 체계적인 의료 진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근거에 기반한 윤리적 임상시험의 결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임상시험은 신약이나 신치료법에 대한 임상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설계해 최선의 타당성과 정확성을 가지고 비 편향적 추론을 얻으려는 연구다. 본 글에선 신약개발의 여러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임상시험의 발전과 약물 규제법령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임상시험의 발자취를 따라서


   첫 번째 임상시험은 1537년 외과 의사 엠브로이스(P.Ambroise)의 총상 치료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당시 표준적 치료였던 끓인 기름 대신 달걀노른자, 테레빈유, 장미 기름을 섞은 연고를 발라봤는데, 그 연고를 바른 사람들은 상처 부위가 잘 아문다는 것을 발견해 치료법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또한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 메이트랜드(C.Maitland)는 1271년 천연두의 면역효를 실험하기 위해 6명의 죄수자에게 천연두를 감염시키고, 생존자에겐 석방한다는 조건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한 바가 있다. 그 결과, 6명 모두 생존했으며 그들은 감옥에서 석방됐다. 당시에는 윤리적 기준이 없었던지라 이러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조건부를 적용시켜 환자를 모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없었다.
   한편, 임상시험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의사 린드(J.Lind)는 1747년 대조군을 둔 첫 임상시험을 시행했는데, 그는 괴혈병 연구(Scurvy Trial)에서 괴혈병 항해사 12명을 여섯 집단으로 나눠 일상 음식 외에 증류 바닷물, 묽은 황산 용액, 보리차, 사과 주스, 식초, 오렌지·레몬 주스를 각각 마시게 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집단과 달리 오렌지·레몬 주스 그룹이 괴혈병에서 빨리 회복됐고, 5월 20일은 처음으로 제어집단을 가진 괴혈병 연구의 개시 날이자 이를 기리기 위한 임상시험의 날로 지정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1863년 미국 의사 플린트(A.Flint)는 처음으로 위약(Placebo)을 사용한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그는 류마티스열 환자 13명에게 위약, 즉 허벌추출물을 줬고 당시 치료 약과 비교해 위약과의 효과에 차이가 없음을 입증했다. 또한 최초로 이중 눈가림(Double-blind)을 사용한 임상시험은 1943년 영국 의학 연구위원회(MRC, Medical Research Council)가 시행한 감기 치료제 파툴린(Patulin)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로, 감기를 앓고 있는 1천 명의 영국 군인과 노동자가 참여한 다기관 이중 눈가림 임상시험이었다. 이때 이중 눈가림이란 연구자와 피험자 모두 어떤 약을 먹는지 눈가림 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적 무작위-대조 설계를 이용한 첫 임상시험은 1948년 영국 MRC의 결핵 치료제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연구다. 이 임상시험은 체계적인 환자등록 기준을 세우고, 꼼꼼한 데이터 수집을 했을 뿐만 아니라 통계학적 표본 수 계산과 무작위 배정 방법을 이용했기에 임상시험의 역사적 지표로 간주된다. 이 연구를 기점으로 무작위-대조 임상시험에 대한 방법론과 설계연구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의약품, 규제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나라는 약물개발에 관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많은 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의 법령 규정에 근거한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처(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약물 규정 법령은 오랜 역사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관으로 많은 나라의 약물 규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약물 규정에서 선두적 역할을 하는 미국 법령 시스템은 어떻게 개선 및 개정돼 왔을까.
   미국의 최초 약품 관련 법규인 식품의약법(Pure Food and Drug Act)은 1906년 시카고 쇠고기 포장회사와 식품유통센터의 불결한 위생 실체가 폭로된 후 가공식품에 관련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데에서부터 시작됐다. 1937년엔 한 제약회사에서 엘릭시르 설파닐아마이드(Elixir Sulfanilamide)라는 제품에 자동차 부동액 성분인 디에틸렌글리콜(Diethylene Glycol)을 넣는 사고로 인해 107명의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38년 식품-의약품-화장품 규제법령(Food, Drug, Cosmetic Act)이 통과돼 모든 의약품 제조업자는 제품을 판매하기 전, 반드시 해당 의약품의 의약물을 표시하고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은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보고됐음에도 비과학적인 임상 연구 진행과 제약회사의 은폐로 비윤리적 영리 추구를 보여줬던 대표적인 사례다. 원래 항생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독성 및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임산부에게 입덧 방지 용도로 많이 판매됐다. 그러나 이 약물은 동물실험 연구에서는 구조가 무해한 R형이었는데, 사람에게 적용 시 간 효소에 의해 해가 되는 S형으로 변형돼 기형아가 나오는 부작용이 있었다. 독일의 한 의사가 탈리도마이드 복용 환자에게 나타난 심각한 신경 손상 부작용을 해당 제약업체에 알렸지만 묵인됐으며 많은 국가도 이러한 경고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이로 인해 46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이 약물은 FDA에선 동물실험 자료가 엉성하고 약물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각국의 약물 허가과정 및 규정의 허점이 드러난 반면, FDA는 그 신뢰와 위상으로 신약승인에서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았다.
   한편, 1932년부터 1972년까지 진행된 터스키기(Tuskegee)의 매독 연구는 알래바마 터스키기 지역에 거주하는 취약한 대상자 201명의 건강인과 399명의 매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매독의 자연적 질병 진행 과정 및 치료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였다. 그러나 당시 효능 있는 매독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대상자들에게 적절한 치료 절차도 없이 수행된 해당 연구는 명백한 윤리적 위반으로 평가받았다. 취약한 대상자 범주에 포함됐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차별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74년 연구대상자에 대한 차별방지와 임상 연구에서의 피험자 보호 관리를 위해 국가연구조례(National Research Act)가 제정됐고, 인간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회의 조직 및 의료기관 내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설치가 의무화됐다.
   1990년대에 이르러 임상시험의 세계화가 활발해지자 국제 사회는 세계적 표준화를 필요로했다. 이에 피험자를 비롯한 연구의 계획·실행·기록·보고 등을 위한 국제 수준의 윤리적·과학적 기준을 포함하고 있는 국제 표준화 임상시험지침서(IC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nization)가 1996년에 만들어진 후 오늘날 세계 각국의 임상시험 기준으로 채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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