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과 시간의 무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2013)

 
 

   과거 가족이란 개념은 핏줄로 이어진 관계로 선택할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현재 가족의 의미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과 개인이 정서적 공감 및 교류를 통해 이뤄낸 연대를 기반으로 크게 확장됐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년간 키워온 자식이 산부인과에서 뒤바뀐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한 인간이 혈연적인 아버지라는 피상적 존재에서 아이의 상황과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의 의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피아노를 집념 없이 배우는 자식을 보며 늘 아쉬워했던 주인공은 산부인과로부터 아이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그랬던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아이를 바꾸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데려온 아이는 주인공을 아버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다시 ‘평범한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이전에 있던 아이와 함께한 시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비로소 가족이란 핏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작품은 핏줄에 집착하는 가족관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주고 나아가 가족이란 ‘관계들’에 기반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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