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라(G-rira) / 조형예술학과 서양화전공 석사과정

 [원우 작품소개]

허상으로부터의 탈피

지리라(G-rira) / 조형예술학과 서양화전공 석사과정

■ 남성성의 허상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나의 ‘남성 콤플렉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어릴 때부터 여러 사회적 집단 혹은 매체로부터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식의 영웅적인 면모를 주입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상적인 남성상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느꼈고, 그로부터 온 소외감은 상당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어느새 ‘남성성’에 집착하면서도 동시에 통제당하는 나를 발견하자 과연 ‘남성다움’이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 결과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왜곡된 남성성의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Torso, 116.8 x 91.0 cm, Acylic on canvas, 2019
  Torso, 116.8 x 91.0 cm, Acylic on canvas, 2019


■ ‘남성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택한 표현 방식은

  ‘남성 콤플렉스’ 극복이 가지는 궁극적 의미는 왜곡된 남성성, 즉 허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토르소(Torso) 시리즈에선 거울 속 나를 바라볼 당시의 내가 가진 신체와 이상적인 신체,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신체들 간의 결합·절충·해체를 통해 ‘남성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과정을 표현했다. 또한 거울상 시리즈는 거울에 비친 나의 신체 및 남성기를 보고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각인시킨 경험을 기반으로 왜곡된 ‘남성성’에 집착하는 그 시작을 그려봤다. 이때 거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왜곡되기 쉬운 성질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 의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개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거울상, 72.7 x 53.0 cm, Lacquer on canvas, 2019
 거울상, 72.7 x 53.0 cm, Lacquer on canvas, 2019


■ 남근 이미지에 ‘반복성’을 부여한 이유는

  남근은 남성을 상징하는 불변적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의미 부여를 통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나는 남근 표현을 통해 남근이 단지 인간 신체의 일부분이며 생식과 배설의 기능 외에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살덩어리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즉, 남근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의 감각기관 중 시각은 반복적인 이미지에 노출되면 점점 무뎌진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남근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치해 그 무의미함을 표현하려 했다. 남근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너무나 강력하기에 어떠한 노력으로도 완전히 해체시킬 수 없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적어도 이를 완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 작품 제작 과정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전통적인 회화와 드로잉을 접목하려고 했다. 회화의 견고한 요소들이 비교적 무거운 해당 주제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믿었고 감정과 기억, 순간적인 느낌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드로잉 기법을 사용했다. 사실적이지 않은 색과 구불거리는 선들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모호하게 만듦과 동시에 때론 생명력을 부여하거나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게 한다. 그런 요소들이 ‘성(性)’을 주제로 표현한 신체들과 더욱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30 x 30 cm, Lacquer on canvas, 2020
 아무것도 아닌 것, 30 x 30 cm, Lacquer on canvas, 2020


■ 후속 작품 계획은

  연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나의 내면에 자리한 의문과 상처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지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더욱 성숙해진 나를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꺼내오는 과정은 그만큼 힘들고 우울했기 때문에 이 주제를 계속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그림풍’에 맞는 보다 가벼운 주제 혹은 개인이 아닌 사회로 초점을 맞춘 작업으로 그 방향성을 설정한 뒤 다시 ‘남성 콤플렉스’에 대한 작품을 이어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정리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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