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한다는 것]
 

난민의 ‘자격’

 

  보통 공포와 혐오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고들 한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한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다수의 의견에 딱히 반기를 들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근원조차 알 수 없는 공포를 생산한다. 그리고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를 어느새 ‘나’를 지키기 위한 행위로 손쉽게 정당화시킨다. 2018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과 그 후폭풍은 이 기형적인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이자 일종의 상징이 됐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들이 ‘난민답지 않다’는 명목하에 가해졌던 비난, 더 나아가 그들을 ‘진짜 난민’과 ‘가짜 난민’으로 분류하는 행태는 난민에 대한 낮은 이해와 왜곡된 시선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을 마냥 불행하고 불쌍한 자들로 바라보는 현상은 대한민국 시민인 자신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난민이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깨끗한 옷을 입고 있는 등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취하고 있을 때, 이들이 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사고의 기반에 동정심이라는 감정을 끌어들이는 것 역시 난민에 대한 오해를 지속시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자의적으로 난민을 판단하고 배척하기 전에 난민에게 난민다움을 강요하며 그들을 ‘납작하게’ 만들었던 과오를 인정하고, 온전히 그들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