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한국 청년 프리랜서의 불안정성


이승윤 /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프리랜서(Freelancer)는 중세시대의 프리(Free)와 랜서(Lancer), 즉 ‘자유로운 창병’이라는 용어에서 시작됐다. 중세시대에는 용병들이 전쟁을 찾아서 자유롭게 소속을 바꿨는데 이러한 용병들을 일컬어 프리랜서라고 부른 것이다. 프리랜서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특정 고용주 없이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짧은 기간씩 한 조직에 머무르며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변모했다. 유사개념인 독립노동자는 고용주로부터 고용돼 보수를 받으며 일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기 의사에 따라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청년을 중심으로 프리랜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적 근로관계가 아닌 프리랜서 노동은 현재의 사회보장제도와 맞지 않는 측면이 많기에 그만큼 불안정성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 노동은 불확실한 소득, 개인적 차원의 숙련도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 다수의 평가자 및 고객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물리적·시간적·감정적인 면에서 초기 진입 시의 기대와 달리, 일과 생활의 구분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감방식의 활동으로 소득이 비정기적인 것은 물론 노동시간과 작업공간이 유연한 프리랜서 노동은 표준적 고용모델에 기반한 사회보장제도에서 심각한 배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프리랜서 노동은 계약된 일을 당장 수행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인 영업활동, 자기계발 및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통해 자기 일의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 즉 프리랜서들에게 일의 유연성이 불안정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고정적 개념의 실직 여부에 따른 실업급여 지급보다 실직의 개념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시키는 등 사회보장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발전으로 인한 프리랜서에게 증가가 논의되면서도, 프리랜서들이 수행하는 다수의 업무는 많은 부분 기술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지목된다. 또한 다양한 장소에서 필요에 따라 인력을 공유·구성·해체시키며 여러 사람들에 의해 유동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노동이 진행되는 긱 경제(Gig Economy) 출현 속에서 노동의 형태는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IT산업과 플랫폼 기반 산업의 지속적인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숙련도가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의 청년들이 프리랜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 것은 한국 노동시장 전반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청년 프리랜서 노동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특히 원자화된 프리랜서 노동자의 낮은 협상력 및 기존의 사회안전망에서의 배제를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이들의 불안정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