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
[바이오] 균과 약의 추격전박초롱 / (주)휴젤 임상팀 과장
최진원 편집위원  |  jinwon3741@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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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호]
승인 2020.04.07  23: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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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공포 ② 의약의 변천사]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 주는 무한한 두려움은 인간에게 공백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혐오와 맞닿아 발현되기도 한다. 인류에게 공백의 공포를 메꿔주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는 바로 의약의 개발이었다. 그러나 모든 ‘약’이 치료를 가능케 한 것도 아니며 약이 ‘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가 오히려 공포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질병의 공포를 메꿨던 의약의 역사, 현재, 미래를 정확한 지식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팬데믹의 등장 ② 의약의 변천사 ③ 약과 악의 경계 ④ 공포, 질병의 재생산

   
 

균과 약의 추격전


박초롱 / ㈜휴젤 임상팀 과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국내외에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지속하는 중이다. 신약후보 물질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거나 기존의 허가 받은 치료제 및 약물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재창출(Drug Repositioning) 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의약품이란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사용하는 물질을 말하며, 그와 반대로 독은 해롭거나 위험한 성분을 말한다. 건강을 위해서 먹는 의약품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거나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의약품이 동시에 가진 유용성과 위험성은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의약의 발자취를 따라서


   의약품의 역사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천 년 전부터 야생 열매나 풀을 먹으며 경험적으로 약과 독을 구분하는 식으로 학습해 나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약물과 처방기록이 나타났고, 동양에서는 기원전 250년경 당시 중국의 약용식물을 집대성한 《신농본초경》이라는 제목의 책이 탄생했다. 기존에는 천연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가공해 의약품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의약품으로의 효과는 있어도 공급의 한계나 변질의 위험성과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함유성분 중 알려지지 않은 여러 화학물질 때문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였다.
   18세기 후반 기초과학의 발전은 곧 의약품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19세기엔 양귀비에서 진통작용이 있는 모르핀(Morphine)만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천연물에서 약효가 있는 유효성분을 추출, 분리해 그 효능과 안정성 그리고 부작용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된 최초의 현대 의약품이다. 19세기 후반에는 유기 화학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게 됐고, 의약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때 개발된 아스피린은 화학적 합성 과정을 거쳐 널리 사용된 최초의 의약품이다. 현재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로서의 우수한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이었던 혈액 응고 억제작용마저 심혈관계 질환에 적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스피린 이전의 약들은 위의 모르핀 개발 과정과 같이 천연물에 약간의 가공을 거친 후 그대로 사용하거나 그 추출물을 정제한 것들이다. 이 약들은 화학적 합성이 가능하긴 했지만, 대량생산이 힘들거나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의약품으로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아스피린의 해열·진통·항염 작용의 약효와 안정성이 입증되면서 화학적인 성분을 통해 본격적인 의약품의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편 또 다른 의약품 페니실린은 인류가 개발해낸 최초의 항생제다. 17세기 중반에 로버트 훅(R.Hooke)과 레벤후크(A.Leeuwenhoek) 등에 의해 미생물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까지 인류는 세균의 존재조차 몰랐으며 세균감염의 치료는 오로지 증상치료에 의존해 개인의 면역력으로 이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전쟁에서 병사들은 전투로 인한 사망보다 상처 부위의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건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러나 페니실린이 개발됨으로써 세균에 의한 감염증 치료엔 혁명적 변혁이 찾아왔고,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등 많은 항생물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균은 균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기에 현재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됐지만, 세균에 대한 내성력도 그만큼 증가해 다양한 항생제 내성균이 더 강하게 재창조되고 있다. 인류는 또다시 이 내성균에 효과가 있는 항생제를 개발해내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의 항생제 역시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의약품 개발의 역사에 항상 긍정적인 부분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엘릭시르 설파닐아미드(Elixir Sulfanilamide)란 약의 경우, 지금의 자동차 부동액인 디에틸렌 글리콜(Diethylene Glycol)을 용매로 사용해 100명의 사망 사고를 냈으며, 탈리도마이드(Thaildomide)의 경우 임산부의 입덧 방지용 약으로 사용됐으나 1만 2천 명의 기형아를 탄생하게 하는 등 부작용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의약품 개발 분야에선 안전이 강조됨과 동시에 여러 규제가 시작됐다. 시대를 거쳐 발전해 온 규정과 법령들은 의약품 탄생 과정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 것이다.


제약 산업과 신약, 앞으로는?


   새로운 의약품이 탄생하기까지는 거의 10년 이상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먼저 여러 후보물질 탐색 과정을 통해 1개의 후보물질을 발견한 후, 동물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실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전 임상시험’이라고 한다. 이후 해당 치료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별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경우에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으로 세분화되며 윤리를 포함한 철저한 규정 준수가 필수다. 이러한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허가 및 상업화의 과정을 거친다. 허가 이후에는 시판 후 조사 또는 4상 임상시험을 통해 이전의 임상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거나 새로운 적응증을 탐색하는 등의 연구가 진행된다.
   최근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출시됐으며, 아직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및 암 등의 다른 질병들을 정복하기 위해 인공지능기술(AI)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미래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선정했으며, 기업과 정부 또한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사업에 많은 투자와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과 노력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질병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인류는 일부 질병은 정복했으나 정복하지 못한 일부 질병과는 아직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현재로서는 대처가 어렵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법이 밝혀져 곧 극복해내리라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도 치료법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의 노력이 수반되고 있다. 아직은 예방밖에 방법이 없어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인류 신약개발의 역사를 믿고 기다린다면 이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막연한 두려움만이 우리를 사로잡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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