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하나’가 아니라 ‘연결’된 우리

에움길 (2018)

   소리와 시간은 서로 닮은 듯 다른 모양새로 흘러간다. 입 밖으로 난 순간 다시 들을 수 없는 소리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닮아있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과 다르다. 귀 기울여야만 들리는 소리가 있고, 기록해야만 기억될 수 있는 소리가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그렇다.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화로를 메웠고 피해자들의 마음속엔 용서를 위한 준비가 가득 찼지만 어디에도 외침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그리고 2020년 3월 3일 기준, 공식 등록된 생존자는 18명이다. 당사자들이 사라지고 이들의 소리가 희미해지고 있는 이때,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여기 할머니들이 걸어온 길의 일부를 담아낸 영화 ‘에움길’이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나눔의 집에서 촬영된 1천 6백여 개의 영상을 짜기운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이 영상들 속의 할머니들에겐 즐거운 날도 분노하는 날도 울음을 눌러 담는 날도 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라는 이름 아래 각자가 걸어왔던 삶의 굴곡은 서로 다른 폭과 높이를 가지고 있었음을 담아내고자, 작품은 이옥선 할머니의 시선으로 여러 할머니들의 삶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작은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기억해야 한다고, 에둘러 걷는 길이 조금 오래 걸리지만 우리는 그렇게 기록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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