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있는 청년정치]


세대의 벽을 넘나들기 위해

  잠시 미국의 정치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2020년 11월에 예정된 제46대 대통령 선거에 앞서 민주당 당내 경선의 움직임이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79세의 나이로 경선 내 후보자 중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지지를 받아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민자,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 변두리에 위치한 자들의 편에 서는 행보를 보이며 보편적인 의료서비스 보장, 연방 최저임금의 인상, 대학 무상 교육 실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신념이 오랜 세월 동안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은 지금껏 양극화된 정치 놀이에 지친 청년층에게 일말의 희망으로 작용했다.
  과연 청년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질문했을 때, 세대론을 들먹이는 건 이제 낡고 게으른 변명이 돼버렸다. 386세대를 과거의 영광에 취한 고집 센 권력층, 청년세대를 열정만 있는 몽상가의 이미지에 가둬놓는 것으로는 유의미한 정치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지금껏 풀리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신화’에서 벗어나 ‘세대 내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미국의 ‘할배’ 샌더스가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는 이 흥미로운 풍경은, 나이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다양화된 이슈의 본질에 주목한다면 또 다른 의미의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층이 기대하는 ‘내일’의 정치에도 언젠가 이런 장면이 연출되길,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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