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보장되지 않는 학습권

 
 

뚜렷한 대책을 찾습니다


  굳게 닫힌 학교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사상 최초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고 본교는 온라인 수업 기간을 중간고사까지 연장했다. 온라인 수업 체제가 향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커져 교육의 질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등록금을 예년보다 더 냈지만 교육의 질과 여건이 현저히 낮아진 지금, 온라인 수업이 원우들의 어떤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또한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주목해보고자 한다.


 떨어진 교육의 질과 시간

 

대학은 온라인 개강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대안책을 모색했으나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개괄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했고 구체적인 강의안은 교수재량에 맡겼다. 특히 일부 수업은 수업자료에 목소리를 입히거나 라디오 형식의 녹음 수업 등의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 가운데 몇몇 교수들은 과거에 제작한 수업을 재탕하거나 공개 콘텐츠를 통해 수업을 대체하는 등 부실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내 서버의 문제로 제시간에 수강을 못 하거나 수업 중 연결 불안정으로 인해 원활하게 수업을 듣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학생들의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후 온라인 수업 초반 교육의 질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학교는 수업 방식 중 공개 학습 콘텐츠 유형의 수업 방식은 보조자료 형태로 운영하도록 제한했으며 교수가 자체적으로 강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실시간 화상 강의를 통해서만 수업을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수업의 질 저하를 막는 최소한의 방안일 뿐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일방적 지식전달 형식이 아닌 토론과 발제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대학원의 경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는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A 원우는 “발제나 토론 중심의 수업 진행을 하더라도 끊김 현상, 목소리 겹침 등이 발생해 원활하게 수업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한 달간 수업을 들으면서 이대로 남은 학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주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각 학과 대표를 통해 온라인 수업 품질, 수업의 질, 졸업 및 논문, 연구공간, 등록금에 대한 불편사항을 접수해 학교 측에 전달했고 계속해서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업 방식이 일정 부분 개선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온라인 수업 자체의 한계다. 지금껏 온라인 수업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학생들의 참여 부족, 강의 위주의 교수 방법의 비효과성 등 그 한계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고 실제로 전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해당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수업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양적 저하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교육부는 대학 온라인 수업 시행을 위해 기존에 오프라인 수업 1시간, 1학점당 25분 이상 분량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원격강의 기준을 없앤 바 있다. 이에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제작할 방법이 마련됐지만, 수업의 ‘최소한의 기준’이 사라져 교육의 양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소 기준이 사라진 만큼 10분짜리 수업을 올려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물론, 온라인 교육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시점에서 제작의 어려움으로 인한 교육의 양적 저하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대학은 1학점당 25분 이상의 동영상 제작을 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해당 기준이 정확하게 지켜지는가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며, 기준대로 1학점당 25분을 채운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3학점 기준 한 번의 수업이 3시간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미 학습 결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멀어진 학습 공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될 수 없는 실습 위주 학과의 학습권 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실험 실습비를 추가 부담하는 반면 현재 시설의 이용이 원칙적으로 불가해 등록금에 상충할만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달 19일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 내용 전달에 한계가 있는 학과를 대상으로 종강일을 2주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추가로 지난 2일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과목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대책 수립 후 오는 13일부터 대면 수업 실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단순히 종강일을 2주 늦추는 방안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특히 오프라인 수업을 위한 안전관리 대책 ‘제시’가 아니라 ‘수립’에 나서겠다는 공지는 실습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또한, 대학원 열람실 폐쇄로 인한 연구 공간 부족의 문제 등 공간 이용 제약에 따른 원우들의 학습권 침해도 발생하고 있다. 열람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원우들은 그나마 출입이 가능한 건물 로비에 자리를 잡고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A원우는 “원우들이 학교 외 공간에서 공부를 하려 해도 일반인 접촉이 우려돼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상황”이라며 “통제 가능한 교내 공간에서 원우들이 연구를 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원우들의 안전 확보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현재 열람실 개방을 위해 열람실 이용 안전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학교 측과 열람실 개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이정표

  학기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대책 마련을 강구하겠다는 학교의 모습은 수업의 질과 공간 확보를 우선시하기보다는 ‘한 주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그간의 온라인 수업을 운영해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결국 부실한 온라인 수업 운영은 등록금 반환이라는 학생들의 요구로 이어지게 됐다. 청와대 등록금 인하 청원은 13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정치권과 청년 단체가 가담하는 형국이다. 발 빠르게 대처한 대학도 있다. 계명대는 ‘생활 지원 학업장려비’ 명목으로 학부·대학원생에게 각 20만 원을 지급했으며, 대구대는 재학생에게 10만 원씩을 코로나 극복을 위한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우리 대학의 입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중앙운영위원회·교학부총장 및 관련부처장 간담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교학부총장은 등록금 환불 질문에 대해 “번복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등록금 환불과 관련된 내용이 제 머릿속에는 없다”고 답했다. 해당 답변은 온라인 수업 연장 결정 전에 나온 답변이기에 온라인 수업이 8주로 연장된 지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합당한 보상이 포함된 학교의 입장을 기대해본다.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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