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학술
[중앙아카데미아] 국제법상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최성열 법학과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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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호]
승인 2020.04.07  12: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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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법상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 최성열 著 (2020, 법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법학과 최성열의 박사 논문 『국제법상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을 통해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의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전통지식 보호의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와 재활성화 연구

 

최성열 / 법학과 박사


   남극과 북극의 해빙을 비롯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그리고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멸종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 생태계가 대멸종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인류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빈곤을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다양한 생물을 이용한 첨단 소재를 활용해 미지의 우주를 개척했고, 인류 게놈분석과 바이오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창조주의 영역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인 인류의 과학기술을 통한 대량생산체제는 우리의 생활 터전인 지구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은 지구의 70%에 해당하는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는 자연 생태계에 대한 탐구활동을 통해 유용한 생물을 발견,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문화적 번영을 이뤄냈다. 인류는 끝없는 탐험 정신을 통해 지식을 축적했고, 이 경험은 현대과학의 발전과 함께 현대 문명사회를 이룩하는 근간이 된 셈이다. 즉 인류의 발전은 새로운 발견과 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구 문명사회에서 산업혁명을 통한 과잉 생산의 문제점은 19세기 식민지 확장정책을 촉발했으며 제1·2차 세계 대전의 계기가 됐다. 또한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칼슨(R.Carson)이 《침묵의 봄(Silent Spring)》(1962)에서 지적했듯이 첨단기술은 수많은 환경적·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해 물질의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피폐해진 미래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반성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각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발전 방안 필요성에 공감할 것을 촉구했다. UN은 1990년대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는 이를 위한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세계 환경회의에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 과학자 단체, 그리고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환경 보호를 향한 강한 목소리를 냈고 이는 리우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사회에 울려 퍼졌다.


벼랑 끝에 서 있는 토착민지역공동체

  본 논문은 그 목소리 중에서도 토착민의 삶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토착민들은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자신들의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터전에서 세대 간 경험으로 전승해 내려온 지식을 토대로 생활하고 있다. 지구촌의 약 20%에 해당하는 극지와 고산지대, 그밖에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생태계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그들은 서구열강들의 식민지화를 통해 고유한 문화가 파괴된 것도 모자라 현재는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양식과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토착민들이 축적한 전통지식은 그들의 생존과 번영을 목적으로 생활양식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더 나아가 당시 활용된 다양한 지식은 현재 농업, 의약 및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현대 인류의 중요한 농업자원인 감자, 고구마, 토마토, 카사노 등은 남미 토착민들의 농업전통지식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또한 신종플루의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소수민족의 의약전통지식에서 활용되던 팔각회황이라는 식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과거 국제규범의 결여로 인해 선진국의 유전자원 이용자들은 절차적으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전통지식을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승인과 관여 그리고 사전통고승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행위를 문제 삼은 개발도상국들은 생물자원의 해적 행위 또는 전통지식의 오용행위라는 이름하에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같은 노력 끝에 선진국의 몇몇 시민단체와 국제기구들 역시 점진적으로 개도국의 주장에 의해 사회적 문제점을 인식했으며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다.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와 제도 마련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세계화, 정보통신의 발달, 대규모 환경파괴 그리고 주류사회와 토착민들 간의 사회적 갈등 등을 원인으로 그들의 문화와 언어 및 전통지식은 빠른 속도로 소멸해 가고 있다.


각자의 노력들이 모여

  한편 1992년 체결된 생물다양성협약은 인류문화유산 즉, 퍼블릭 도메인으로 간주된 토착민지역공동체를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협약 제8조 j호를 통해 생물다양성보호와 함께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당사국들에게 부여한 것이다. 해당 협약은 지속적인 후속 작업을 통해 당사국들의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협약 내 임시기구인 작업반(Working Group)을 설립해 자발적 지침을 마련했으며,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이행의정서인 ‘나고야의정서’를 타결해 토착민지역공동체가 보유한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익공유를 국제적으로 규범화했다. 또한 협약은 토착민의 전통지식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보호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예컨대 농업 전통지식에 대해서는 세계농업기구가, 문화적 전통지식의 분야는 유네스코가, 산업적 지식재산과 관련해서는 세계지식재산기구가 전통지식 보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협상을 통해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뿐만 아니라 표현물, 전승물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보호안 타결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지식재산권 제도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체계 마련을 시도했다는 것은 그들의 생활양식에 대한 인류학적·생태적·문화적인 이해가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임을 입증했다. 또한 다양한 토착민지역공동체의 보호 목소리와 함께 그들이 가진 전통지식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라는 의미가 강조될 것이다. 최근 생물다양성협약은 이 같은 논의를 반영해 2020년 이후의 전략계획 마련을 위한 포스트 2020 체계 협상에 돌입했다. 이 논의를 통해 협약은 환경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과 문화와의 관계 그리고 과학과의 관계 재정립 등 관련 쟁점분야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2020년 중국 쿤밍에서 개최 예정인 제15차 생물다양성총회에서는 전통지식의 보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새로운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나라는 토착민지역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전승돼온 주류제작, 옻칠, 수공예 그리고 한방 등으로 대표되는 고유한 선조들의 지혜를 보유하고 있다. 인접 국가인 중국, 일본 문화의 경우 전통지식은 공유를 통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파되며, 특히 생물자원과 관련해 전통지식 부국인 중국은 자국의 헌법을 근거로 한방전통지식을 보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소수의 전통지식 보유자들에게 전승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는 나고야의정서 발표로 인한 토착민의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의 국내외 분쟁사례와 이익공유계약에 초점을 맞춰 바이오 산업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토착민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 보호 협상 내용들은 국내에서 계승돼 온 전통지식 보호와 활용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컨대 농림부는 국제농업기구의 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해 지역 농업유산을 보호하고, 농업명인제도를 통해 명인들의 전통지식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수혜자들은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다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요구한다. 따라서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소멸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지식 보호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전통지식의 재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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