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군화로도 짓밟지 못하는 삶

 

캡션
캡션

1917 (2019)

   영화 〈1917〉은 여러 장면을 나눠 찍은 후 다시 이어 붙여 영화 전체가 한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원 컨틴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을 통해 관객에게 완벽에 가까운 생동감을 전달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람자’가 아닌 영화 속 ‘목격자’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영화는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거대 담론 앞에서 개인의 삶을 소모시켰던 제1차세계대전의 모습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전쟁의 위대한 일화에 삶의 세부적인 요소를 소거시키는 것이 아닌 개인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영화의 핵심이다. 이는 전쟁의 전체적인 전투 장면과 인물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기존의 전쟁 영화의 틀을 버리고 오로지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한마디로 전쟁 속 ‘병사’ 개인의 현실과 모습을 자세하게 전달해 쉽게 가려질 수 있는 ‘개인의 삶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영화 속 병사들이 전쟁의 끝을 앞당기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국가의 승리와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동료와의 약속, 가족과의 재회 등 큰 집단의 관점에서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사소한 것들을 이유로 움직였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 각자의 삶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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