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과학
[바이오] 끝나지 않는 인류와 미생물의 전쟁정병욱 /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강의전담교수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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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호]
승인 2020.03.17  20: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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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공포 ① 팬데믹의 등장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 주는 무한한 두려움은 인간에게 공백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혐오와 맞닿아 발현되기도 한다. 인류에게 공백의 공포를 메꿔주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는 바로 의약의 개발이었다. 그러나 모든 ‘약’이 치료를 가능케 한 것도 아니며 약이 ‘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가 오히려 공포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질병의 공포를 메꿨던 의약의 역사, 현재, 미래를 정확한 지식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팬데믹의 등장 ② 의약의 변천사 ③ 약과 악의 경계 ④ 공포, 질병의 재생산

 

   
 

끝나지 않는 인류와 미생물의 전쟁

 

정병욱 /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강의전담교수

   팬데믹(대 유행병, Pandemic)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인 Pandemos에서 유래했다. Pan은 ‘모두’를 의미하고 그리스어 단어 Demo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모든 사람에게 대규모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은 인류 역사 전반에 나타나 있다. 기원전 430년, 출혈을 동반한 괴질이 그 최초로 기록되고 있으나 그 이전에도 많은 팬데믹이 발생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대규모 전염병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것 이외에도 집단 심리변화, 종교적 신념 파괴,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주며 인간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347년에서 1351년까지 흑사병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약 2천 5백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유럽의 인구 수준은 1347년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 200년 이상이 걸렸다. 당시 모든 사회적 질서 및 규칙 전통들이 무너졌으며 기성 도덕의 붕괴와 신에 대한 불신이라는 정신적 동요가 발생했다. 유대인과 일부 로마인, 여성, 약자 등에 대한 대규모 박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흑사병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많은 사람이 사망해 생존자의 생활 수준이 실제로 높아졌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방어하기 어려운 바이러스의 생존방식

   팬데믹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타 미생물과 달리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생존한다. 바이러스가 가지는 스파이크와 표면 단백질은 각기 다른 인간 세포 표면의 당 사슬이나 단백질 수용체에 결합한 뒤 침입한다. 그래서 바이러스마다 감염시키는 세포가 매우 다양하다. 일단 침입한 후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에 끼워 넣고 인간의 단백질 복제시스템을 이용해 각각의 부품을 생성, 유전자를 복제한 다음 세포를 뚫고 나온다. 복제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인간의 유전자 내에서 잠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존 복제 방식은 바이러스를 완치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기도 하다.
   수억 년 동안 지구에서 이 연약한 바이러스는 어떻게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 있을까. 그것은 지구상의 숙주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접한 사회망을 통해서 바이러스는 수억 년을 살아왔다. 특히 사회적 관계망이 발달한 인간은 바이러스 공격 및 전파에 더욱 취약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헤마글루티닌(Haemagglutinin)이라는 스파이크를 이용해 인간 세포 표면의 당인 시알산(Sialic Acid)에 결합해서 침입하고, 복제를 마치고 세포를 빠져나갈 때는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 효소를 이용해 헤마글루티닌과 시알산의 결합을 끊고 나가게 된다.
   코로나(Corona) 바이러스와 사스(SARS) 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먼저 인간 세포 표면의 ‘TMPRSS2’라는 단백질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활성화시키고, 특이하게도 인간의 혈압조절시스템인 레닌 안지오텐신 알도스테론 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계)의 앤지오텐신2(Angiotensin II)가 결합하는 수용체인 ACE2 수용체에 활성화된 스파이크를 결합시키고 세포 내로 침입하게 된다. 한편,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종인 메르스(MERS) 바이러스는 당뇨병과 관련 있는 DPP4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내로 침입한다.


대중심리와 과행동반응

   지금껏 팬데믹과 관련해 사회적 혼란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소를 다룬 선행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역사와 경험을 통해 팬데믹이 발생할 때 어떤 사회적 결과를 얻는지 축적해 왔다. 주변인의 죽음을 목격할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 도덕적 가치관 등은 모두 무너진다. 사회적 혼란 및 정치·경제적 공황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이 극대화되고 재앙에 대한 희생양을 찾아 증오하게 되며 그로 인한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각 나라의 질병을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에서는 군대를 동원할 정도로 강력한 통제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는 질병이 유행할 때, 개개인의 심리적 요인에 대한 인식은 팬데믹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감염 위협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과도한 두려움과 같은 행동은 부적응적 반응을 포함해 팬데믹에 대한 심리적인 취약함을 내포한다.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많은 정보를 자신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너무 불확실하고 잠재적으로 광범위한 경우에는 이를 합리적 이성으로 대응하기 매우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몇 달 분량의 필수용품과 마스크, 소독약과 같은 의료재료의 공황 구매 등이 있다. 대중의 이런 행동으로 장갑, 호흡기 및 안면 가리개와 같은 중요한 의료용품이 일선 의료진이나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질병을 증폭시키는 질병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짜 뉴스의 폭발적 확산에 기여하며 질병 전파를 증폭시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중이 온라인으로 잘못된 정보를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확인 방법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한 우리의 기억은 우리를 속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는 것을 믿도록 격려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념을 입증하는 정보를 찾게 되고 이미 편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혜택이 불확실할 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이 발생했을 경우 사람들이 특히 진료소에 가는 데 시간을 보내거나 휴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수의 사람에게 가상 질환 감염 시 직장이 아닌 집에 머무를 것인지 묻는다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에 머무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코로나 사태 역시 언론에 보도되는 본인이 감염됐을 수 있음에도 대중시설을 이용하고 직장에 출근하며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현상은 이를 반증하기도 한다. 결국 팬데믹 상황에서의 대중의 심리학적 연구와 행동 양식에 대한 고찰, 올바르고 통제된 정보전달은 질병의 전파억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금 현 상황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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