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코로나19 사태와 학교
 

 
 
낯선 일상 속 낯익은 우려

 
  2020년 2월 23일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한국 정부가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1년 만으로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를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면서 평범한 일상엔 변화들이 생겼고 집단생활이 불가피한 교육기관의 학사일정 역시 변동됐다.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불청객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선택과 이에 뒤따르는 우려의 목소리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멈춰버린 시계태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해의 의미를 담아 2020년 2월 12일 공식 명칭으로 지정된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며 가족 간, 의료기관 내 2·3차 감염도 확인됐다. 감염 시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호흡기 증상, 폐렴 등과 같은 대표적 증상이 나타나는 해당 질환은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게 발견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감염병 대응이 시작됐다.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적으로 조정했고, 정부는 특별관리지역에 부족한 병상 및 인력, 자원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 시민들의 일상에도 크고 작은 제약이 생기면서 손을 흐르는 물에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는 것에서부터 인파가 많은 곳에 방문을 자제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감염병을 예방하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까지 시행되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졸업식과 입학식, 문화행사, 운동경기가 잇따라 취소되고 노인정, 쉼터 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한시적으로 폐쇄되는 움직임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에 2020학년도 개학을 미루는 교육부의 결정으로 이어졌다. 물론 대학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교육 및 연구기관의 특성상 밀폐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에 본교는 2월 4일 교무위원회를 거쳐 2020학년도 1학기 개강일을 2주 연기해 3월 16일로 변경했으며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역시 취소하고 학사안내자료 등은 학생 개개인의 메일로 발송할 예정이라는 공고를 냈다. 2월 학위수여식도 연기돼 현재로서는 8월 학위수여식과 합동으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행방이 묘연한 ‘온기’
 
  한편, 정부는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여행 입국자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3월 개강을 맞아 입국하는 다수의 중국 유학생들에 대해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학, 지자체와의 협력하에 자가진단 앱을 통해 학생들을 관리한다. 또한 대학 내 공동 이용시설 및 대학 인근 지역의 방역 지원, 지자체 보유 숙박시설을 중국 유학생 거주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 대학 및 유학생 지원단’을 설치해 중국 입국 유학생에 대한 대학 관리 현황 조사는 물론 출신 지역, 출발지역이 포함된 입국 예정자 통계 및 전체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대학별 상황 점검을 통해 중국 입국 학생에 대한 모니터링 여부 및 무응답자 현황을 파악하는 등의 활동을 3월 1일을 시작으로 8월 31일까지 존속하기로 공표했다.
  본교는 국제교류팀을 통해 앞서 언급한 학사일정 조정, 자가진단 앱 설치 안내 등을 영어와 중국어 번역본으로 게시하고 있으며 ‘한·중 유학생 상호 출·입국 자제 권고 합의 사항’과 같이 양국의 교육부가 합의한 사항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에 이르자 3월 16일 개강 후 2주차까지 온라인 수업을 운영할 계획을 2월 25일 교무위원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그리고 확산 추이에 따라 비대면 수업을 연장하는 등 추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안내를 덧붙였다.
  온라인 수강은 중앙대 포탈 홈페이지 주요 서비스란에 있는 e-class를 이용하는 식으로 이뤄지며 이때 강의 유형에 따라 출결처리 및 구체적 수강 방식이 나뉘게 된다. 교수자 자체 제작형 강의 같은 경우 말 그대로 교내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배포하는 것으로 2020년 6월 20일 기말고사 이전까지 e-class에서 수강이 완료되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공개 콘텐츠 활용형 강의는 온라인 공개강좌 사이트인 K-MOOC나 대표적인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교과목 관련 학습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이며 이는 교수의 재량 하에 출석체크가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 유형은 e-class에 실시간으로 접속해 출석확인을 받고 제공되는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이다.
  온갖 공지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열기로 가득한 온라인과 달리 개강을 했음에도 학교에 사람이 거의 없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교내는 썰렁하기만 하다. 교학 지원팀은 대면 상담을 최대한 지양하고 전화 또는 이메일 상담으로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다중이용시설은 더욱 특별하게 관리됐다. 교내 건물 출입 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학생식당의 조식과 석식 제공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도서관 운영 시간 조정 및 열람실 폐쇄라는 결정도 잇따랐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국가적 비상 상황인 만큼 학사 관련 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원우들은 문자와 각 학과 조교의 연락,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다.
 
 
허공으로 흩어진 소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우려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본교의 모든 결정은 정부의 지침을 한 번 더 상기시키거나 공유하는 데에서 그칠 뿐 상세한 대응 방법 및 절차는 생략돼 있다. 먼저 유학생들에 대한 본교의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정보가 미흡한 상태다. 이는 양국의 학생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며 동시에 근거 없는 추측과 오해를 부를만한 지점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공지 역시 정작 중요한 요소들은 빠져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러 대학이 온라인 강의 대체를 방안으로 내놓자 뒤따른 우려는 수업의 질 저하 가능성과 학생 참여에 대한 불투명성이었다. 특히 대학원 수업 같은 경우 원우들의 능동적인 의견교환 및 참여에 비교적 무게가 실리다 보니 이에 대한 더욱 명확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교내에서 해당 재난위기에 대응할 만한 기구 및 담당 부서를 공개하는 일 역시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이 모든 갑작스러운 변화들은 일방적인 ‘통보’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학교의 직접적인 통제와 교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조금 더 투명한 ‘소통’이 함께하길 바라는 바이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