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해 / 심리학과 석사과정

[원우 말말말]

 

지식 항해자의 고민과 결실

백인해 / 심리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학 및 학교 도서관, IT계열 스타트업 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 시간들의 길이만큼 내 생각도 넓어졌다. 이런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 값지고 감사한 것들이지만, 이 경험에는 비정규직 문제, 불법해고, 파견 직원과 정직원의 처우 차이 등 사회의 씁쓸함 역시 포함돼 있다. 이 씁쓸함은 직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연봉이나 휴가기간, 업무 공간 혹은 명찰 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넘어서는 견고한 사회 구조를 서서히 인식하게 됐고,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사람 중 한 명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 얻는’ 공정한 사회, 차별을 넘어선 사회적 통합을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원에 들어와 가장 먼저 느낀 건 학교라는 곳이 ‘현실과 참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전과 비교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대학원생들은 자신이 학생인지 연구자인지 모를 애매한 위치에 선 채, 돈이 없으면 공부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배움의 기쁨 또한 변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는 내가 삶에서 고민하고 의문을 가진 부분들이 해당 분야에서 어떠한 흐름으로 얼마나 연구됐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고민하던 것을 배우게 되면,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상태로만 남지 않는다. 나아가 연구의 과정과 그 논리를 이해함으로써 지식에 대한 ‘괜한’ 의심 역시 하지 않게 된다. 다만 옳고 그름을 따지고 비판할 수 있는 관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비판할 수 있다면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논리를 세우고, 과정을 만들고,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럼 그때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돼 가는 것이다.
  석사 초반에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그만큼 대학원에서의 배움은 어렵지만, 대신 확실한 깨달음의 즐거움이 있다. 석사과정인 나는 이제 막 지식의 망망대해 앞에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바다를 건너가 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하는 것도 고단한 일인데, 항해에서의 식량 조달이 제대로 될지에 대한 고민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대학원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올 때는 대학원의 실상을 잘 파악하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이를 모르고 들어와 현실에 낙심할지라도, 대학원을 통해 얻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