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한 당신, 장시간 노동]

 

늦은 인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향년 24세. 푸른 청년의 얼굴은 새카만 낯빛이 돼 가족에게 돌아왔다. 김용균은 발전소에서 꼬박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하루 쉴 수 있었다. 이마저도 다음날 야간 근무가 잡히면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작업장에는 ‘2인 1조’라는 근무지침이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죽음 이후, “풀코드를 작동시킬 한 사람만 있었어도 목숨을 살렸을 것”이라는 말만이 허망하게 남았다. 얼마 뒤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피켓이 광화문을 채웠다. “더 이상의 김용균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말들이 모여 30여 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을 이뤄냈다. 하지만 사건의 1주기가 다가오는 현시점, 정부는 김용균특조위가 내놓은 22개 권고안의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그간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에 대해 수없이 말해왔다. 여러 연구는 장시간노동이 노동자의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먹고살려다가 죽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언제쯤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든 김용균의 영정 앞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를 건넬 수 있을까. 이미 늦은 인사를 건네는 날이 너무 멀지 않길 바란다.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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