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제41대 총학생회 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하십니까

 

  지난 11월 23일, 대학원(302관) 404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주관하에 제41대 총학생회 회장단 및 계열대표 선거의 룰미팅이 소집됐다. 룰미팅에서는 ▲등록구비 서류 확인 및 최종 등록 결정 ▲선거시행세칙 검토 ▲기타 선거에 필요한 제반 사항 논의가 이뤄진다. 이번 룰미팅에서는 ‘선거 기간 내 후보자의 출입 불가 지역’과 ‘SNS 관련 선거운동’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룰미팅 결과, 후보자의 출입 및 선거운동 범위가 확대됐다. 따라서 후보자는 선거기간 동안 선관위실을 겸하는 총학생회실의 출입이 가능하며, 사적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얼마 전 62대 총학생회 선거를 치른 본교 학부가 두 가지 사항 모두를 엄격히 금지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에 대한 근거를 묻는 본지에게 안소정 선관위원장은 “세칙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바 없음”과 함께 “대통령도 자기 프로필에 선거유세 하는데 저희라고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해당 사항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즉 세칙상의 비(非)명시와 공직선거법의 허용을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실제로 총학생회 회칙(이하 회칙) 및 선거시행세칙(이하 선거세칙)에는 이러한 구체적 사항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선관위와 후보단의 공간 분리는 선거의 공정함과 민주성을 위해 학내 구성원 간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 부분이다. 또한 SNS 관련 선거운동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SNS의 개념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전문가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착을 ‘양해’바랍니다

  제41대 선거 총학생회 회장단에 단독 출마한 이주은(동북아학과 박사과정) 회장후보는 2019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복지국장과 제40대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의 연구복지국장에 임한 바 있다. 이주은 후보자는 총학생회 실무 경험을 앞세워 “원우에게 관심을 가지며 불편함은 덜고,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제41대 원총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늘 그림자가 진다. 본지는 이전 353호에서 제40대 원총이 출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우려한 바 있다. 원우들의 선거와 투표로 선출된 제40대 원총이 이전 비대위와의 유착을 끊어내지 못한 채, 스스로의 이름을 혼동하는 탓이었다. 단순한 기우이길 바랐건만 이번 제41대 선거에서도 선관위와 회장후보단 간의 유착 정황이 발견됐다. 앞서 선관위는 후보자의 출입 범주를 확대한 이유로 선거세칙상의 부재를 들었지만, 본지의 확인 결과 선관위가 후보자의 총학생회실 출입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회칙 제62조에 명시돼 있듯, 선거의 입후보자는 등록 전에 이전의 모든 임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주은 후보자 역시 지난 11월 15일자로 제40대 원총 연구복지국장에서 사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40대 원총의 ‘복지장학금’ 업무에 관여 중임이 드러났다. 이에 본지가 선관위와 이주은 회장후보의 회칙 위반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자, 안 위원장은 복지장학금이 “급박하게 진행이 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덧붙여 “인수인계를 받아 직접 서류를 검토하고 있지만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이주은 후보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당위성을 주장했다. 해당 사안의 부적절함을 인지하는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는 “이게 맞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선거 이전에 우리는 원총의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람임을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이주은 회장후보 역시 부적절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무의 난도를 근거로 들며, 자신이 업무에 관여하는 건 “자문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홍인표(유아교육학과 박사과정) 부회장후보도 “회장후보는 자신이 후보자라는 이유로 복지장학금 업무를 관두게 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겨 원우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유착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후보자가 제출한 공직사퇴서가 무색해짐에 따라 후보자·선관위·제40대 원총 간의 유착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유착의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 해 등록금 동결의 당락을 결정짓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는 해당 연도에 선출된 원총 회장이 참석한다. 지난 11월 29일에 열린 합동공청회에서 이주은 회장후보는 추후 예정된 2020년 등심위의 1, 2차에는 안 회장이, 3-5차에는 아직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후보자 자신이 들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이에 본지가 서로 간에 사전 논의가 된 내용인지 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제41대 원총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음에도 원총의 중대 업무를 함께 논함으로써, 원총 회장직의 ‘내정’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다.
  선거세칙 제6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총학생회 선거를 공정하고 민주적, 대중적으로 치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선거에 있어서 최고 의결 기구라는 위상을 부여받는 동시에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제반 선거 운동을 적발할 시 타당한 징계를 가할 수 있다. 또한 선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선관위의 선거운동은 제한된다. 즉 선관위는 자신들의 직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중립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와 회장후보단의 유착 정황은 제41대 선거가 이미 ‘공정’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음을 말해준다. 이는 비단 하루 이틀에 걸쳐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원총 선거에는 입후보자가 없다” “원우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등의 언어를 방패삼아 이어지던 암묵적인 유착의 정황이 이제야 명징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선관위와 회장후보단은 기꺼이 서로 간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이들은 원총의 고질적 문제인 ‘폐쇄성’을 만드는 데에 일조함으로써, 원내 구성원의 피선거권을 침해해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제한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곧 대학원 공동체 내 ‘민주주의의 실패’를 방조한 것이다.
  선거세칙의 유실 이후 새로 제정한 선거세칙은 대학원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부의 선거세칙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현 선거세칙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에 불과하다. 대학원이라는 공동체의 특수성을 고려해, 문제의 선거세칙을 전체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하고 개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탓이다. 이를 지적할 때마다 돌아오던 답이 있다. “사정이 어쩔 수 없으니 감안해주시라” “추후 시정하겠다” 이에 다시 답하고자 한다. 더 이상의 변명은 용납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공백은 사정상 감안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유착을 끊어내고, ‘우리’의 규칙을 고안하는 등 진정 ‘대학원 총학생회’가 할 일을 하길 바란다.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