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기획사회
[건축] 마로니에공원, 사회적 경계에 도전하는 공공영역심소미 / 독립 큐레이터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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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호]
승인 2019.12.03  1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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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건축 ④ 문화와 예술의 광장,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도시·사람·건축. 다시 말해 도시에서 사람과 삶이 바라는 건축의 양태는 어떤 것일까. 기술적으로 높아지는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서도 사람들과 삶의 필요로 인해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를 지니고 새로이, 혹은 다시 태어나는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보고자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구산동 도서관마을, 마곡 서울식물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주제로, 각 건축공간이 지니고 있는 각기 다른 가치와 의미들을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민주주의의 상흔과 성취,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② 도서관이 된 마을, 구산동 도서관마을 ③ 도심 속 녹색공간, 마곡 서울식물원 ④ 문화와 예술의 광장,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2011(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메타)

마로니에공원, 사회적 경계에 도전하는 공공영역

심소미 / 독립 큐레이터

  당신에게 마로니에공원은 어떠한 장소인가. 대학로에 가 본 적이 있다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가기 위해 이 공원을 가로지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혜화역 인근에서 다양한 축제 인파와 버스킹 사운드로 두리번거린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 외 별다른 특징을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이 공원을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속 ‘공공영역’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의 대표적 공공장소로 광화문 광장이나 시청 광장부터 떠올릴지도 모른다. 두 광장은 분명 서울을 대표하는 시민의 장소지만, 안타깝게도 상이한 정치적 집단에 의해 점유되면서 최근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 공공장소로 여의도공원도 있지만, 주말이나 행사 시즌을 제외한다면 꽤 한적한 편이라 선호되는 공공장소라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필자는 본 글에서 여의도공원 면적의 2%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감히 서울에서 가장 수평적이고 누구에게나 열린 활발한 공공영역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청년문화의 상징으로서 대학로

  대학로는 일찍이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1975년 서울대학교 문리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그 자리에 문화예술의 거점이 정책적으로 계획됐다. 이에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과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이 김수근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고 기존 서울대 건물은 현재 ‘예술가의집’이 된다. 이 세 건물을 둘러싼 빈 장소에 조성된 것이 바로 80년대의 마로니에공원이다. 이 주변으로 민간 극장과 공연장이 모여들어 소극장 밀집 지역을 형성한 것이, 오늘날 대학로 공연문화의 시발점이다. 이렇게 문화지구가 번창하자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상업적 성격의 공간들이 기존의 문화공간을 밀어냈다. 오늘날 대학로는 여전히 다양한 공연예술 공간들이 집적돼 있지만, 높아진 임대료로 인해 수익성을 목표로 한 상업시설이 빼곡해졌다. 이렇게 상업시설이 점령하고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공공장소를 확보하기란 점차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근방에서는 공공기관 건물로 둘러싸인 이 곳, 마로니에공원이 유일한 셈이다.
  근 30년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시민들에게 열린 공공영역으로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려 왔다. 80년대에는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풍물패 공연과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였고, 90년대에는 청년 댄서들이 선호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홍대 앞이 케이팝 문화의 성지가 된 것처럼, 당시 마로니에공원 곳곳에는 스트릿 댄스와 힙합 댄스 공연이 자유롭게 펼쳐지곤 했다. 하지만 대학로가 경제적 압력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변화해온 것만큼 공원 역시 여러 시설이 덧대어지고, 불필요한 조형물과 각종 기념물까지 놓이며 점차 복잡해졌다. 시민들의 공공장소가 어지러이 축적돼가던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가 있다. 바로 공원 재정비 계획을 설계한 ‘건축가 이종호’다.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2011(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메타)

계획과 관리의 경계선이 없는 하나의 영역으로

  산만해진 공공영역의 회복을 중요시한 이종호 건축가는 공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부터 유도했다. 먼저 공원과 건물 사이를 경계 짓던 담장을 허물어 공간을 넓히고자 했으며, 공원의 상징인 마로니에 나무와 반드시 필요한 시설만을 남겨 시민에게 최대한 ‘그 공간을 돌려주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건축가에게 남겨진 과제는 분리된 각 관할 기관을 설득하고 통합해나가는 것이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공원과 주변의 건물이 하나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공원 공간은 종로구청 소속이며 주위의 세 건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으로 각기 다르다. 더불어 인근의 공연 관계자, 시민단체, 거주민 등 상이한 대상들과의 협의 과정은 기나긴 시간과 갈등 과정을 수반했다. 건물·공원·보행로 사이의 영역을 하나의 범주로 통합하는 그의 작업은,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부재하거나 서툰 한국 사회에서 분리된 사회적 영역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기도 했다. 마로니에공원은 담장을 허물고, 불필요한 시설들을 비워내고, 분리된 도로를 없애나가며 2011년 공공에 다시 개방됐다. 건축가의 말에 따르자면, “계획과 관리의 경계선이 없는 하나의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필자는 이종우 건축역사가와 함께 기획한 아르코미술관에서의 전시 ‘리얼-리얼시티’를 계기로 이곳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전시는 건축의 한계와 과제로부터 시작해 현실을 파고든 도시·문화적 움직임에 주목하며, 고(故) 이종호 건축가와 동료들이 남긴 흔적과 고민을 동시대의 다양한 실천으로 열어 두고자 했다. 전시 공간 또한 미술관의 내부에만 두지 않았다. 건축가의 의지를 계승해, 현시점의 아르코미술관과 마로니에공원 사이의 관계로부터 도출되는 공공성을 질문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건축사사무소 메타(METAA)에서 작업한 〈마로니에 파빌리온〉이다. 미술관이라는 의미적 공간과 공원이라는 시민의 영역으로 분리된 인식에 서로 개입해보고자 했다. 마로니에공원과 아르코미술관이 구분되는 경계 부분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할 영역이 다른 두 기관의 승인을 받아 진행해야 했다. 이에 더해 시민들의 안전이라는 더 넓은 범위에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설치된 파빌리온은 도시 공공영역과 미술관 사이에서 두 장소의 도시적 간극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공공영역에 얽힌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매개를 다뤘다.

   
▲ METAA, 마로니에 파빌리온_리얼-리얼시티 전시 전경_아르코미술관_2019

모두에게 평등하고 모두가 접속 가능한

  마로니에공원, 그리고 파빌리온 덕분에 필자는 전시 기간 내내 아르코미술관 2층 아카이브실의 창문 앞을 서성였다. 이종호 건축가의 바람처럼 공원은 사방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무수한 액티비티와 이곳을 횡단하는 보행자로 매일같이 북적인다. 도심 속 작은 공원이 가지는 ‘매우 특별한 가치’를 깨달은 것은 바로 이 창문 앞에서 꼬박 두 달을 머무른 후다.
  그 가치는 자유롭게 장소를 횡단하는 ‘다중의 신체’다. 이곳만큼 상이한 신체가 사회적 규제 없이, 그리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군은 물론이고, 술 취한 사람들과 노숙자, 혼잣말을 읊조리는 행인까지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머무르며 뒤섞인다. 더불어 인근 장애인 사설 기관을 방문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공원의 한편에서 다른 한편까지 대각선으로 질주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하다. 보도블록, 건물 출입구, 공중화장실 등 휠체어로 접근이 쉽지 않은 도시공간의 조건들을 떠올려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공영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협소하고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는지 극명하게 깨닫게 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한 장소에서 구별 없이 함께 소통 가능한 공공영역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공영역의 경계는 이러한 사회적 규범과 인식에 전반적으로 걸쳐져 있다. 마로니에공원이 허문 경계는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배타성과 구별 짓기와 관련한다.
  다시금 이종호의 말을 떠올린다. “연결망을 이룬 공공영역은 그 힘이 제곱으로 커진다. 더구나 서울의 도시 공공영역은 그 규모와 질 모두에서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하지만 작은 공공영역들이 네트워크를 이룰 때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며 고립된 섬, 광화문 광장을 구하는 길 역시 가깝고 또 먼 여러 공공영역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네트워크 속에 그것을 위치시키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 이제 더 많은 공공영역들을 이곳 마로니에와 연결되도록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이처럼 공공영역의 연결망은 고착됐던 구조가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그 주변에 퍼트리며, 도시에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장소를 자유로이 횡단하는 신체와 이들의 지속된 만남을 통해 공공영역의 잠재력은 더욱 발휘될 것이며, 나아가 사회적 망으로서 진정한 도심 네트워크를 일으킬 것이다. 문화는 미술관의 내부에 있는 것도, 분할된 공원의 한편에 서 있는 공공미술품이나 기념비에 담긴 것도 아니다. 사회적인 터부와 차별을 넘고, 기성의 질서를 전복하는 창의적 힘을 발휘할 때에야 비로소 문화가 마련된다. 이처럼 마로니에공원의 도시·문화적 가능성은 이곳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체들의 연대와 접속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끊임없이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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