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한 당신, 장시간 노동]

 

Bonnes vacances!

  프랑스에서는 1년 중 한 달 동안의 유급휴가, 즉 ‘바캉스(Vacances)’가 주어진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한 바캉스는 언젠가부터 우리도 휴가철이 되면 즐겨 쓰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365일 내내, 끊임없이 일하며 장시간 노동체제에 쫓기듯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바캉스는 아직 멀어 보인다. 장시간 노동체제의 해악은 바캉스를 보장하지 않는 것을 넘어, 성별 분업을 정당화·고착화한다. 임금노동자가 온종일 노동에 몰두할 수 있게끔 가사와 돌봄을 도맡아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여성이 임금노동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는 동안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자료’에서 드러나듯 여가시간양이 하위 25%에 속하는 ‘시간 빈곤층’은 ‘여성’ ‘30대’ ‘자녀가 있는 직장인’으로 한정 지어 진다. 이들의 여가시간은 하루 평균 179.3분으로, 전체 평균 302.5분은 고사하고 같은 조건의 남성 237.1분보다도 크게 적었다.
  지난달,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했다. 만성적인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아주 잠시라도 장시간 노동체제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비록 118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바캉스라도, 부디 맘껏 누리길.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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