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투명한 정의를 향해

 
 
지켜지지 않는 회칙, 찾을 수 없는 결산보고


  지난 10월 30일에 개최된 2019년 하반기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에서 상반기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감사총평’이 공개됐다. 신민지 감사위원장은 “일부 회계업무 수행과정에서 부주의로 인해 잘못 처리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본지는 현재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의 회계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취재했다.


회계자료를 대체하는 ‘감사자료집’


  ‘중앙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회칙’ 제4장 제58조에 따르면 “회계국에서 작성한 결산보고서를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거쳐 전체대표자회의에 제출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대회 현장 그 어디에도 결산보고서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안소정 총학생회장에게 문의한 결과 “회계자료는 따로 준비돼 있지 않다”며, “감사자료집이 결산보고서를 대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감사자료집 역시 현장에 비치돼 있지 않았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결산보고서를 대체한다는 ‘2019 상반기 감사자료집’에는 일부 원우들의 여권 번호 및 개인 연락처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엄지민 회계국장에게 원우 공개용 자료집과 행정처리용 자료집이 분리돼 있는지 문의한 결과, 엄 국장은 감사자료집이 “한 가지 유형밖에 없다”고 답하며, 필요한 원우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일 결산보고서가 감사자료집으로 대체돼 공개될 시 심각한 개인정보보호 침해가 우려되는 바다.
   엄 국장은 덧붙여 “매달 결산을 진행하고 집행내역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결산보고서는 대학원지원팀에서 확인가능하다”고 전했다. 대학원지원팀에 문의한 결과 “총학생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결산보고서는 없다”며, “학교 행정 전반에 관한 회계결산인, 전체 회계결산보고서만 있다”고 전했다. 본지는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대학현황>재정정보>예결산서’에서 학교 행정 전반에 걸친 ‘예결산서’를 확인해 봤다. 그러나 취재일 기준(11월 3일)으로 2019 결산공고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일반 원우들이 원총이나 대학원지원팀에 문의하지 않는 이상, 현재 원총이 운영하고 있는 회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는 없었다. 안 회장은 “모든 대학원 예산은 공적 문서를 통해 진행된다”며,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8회계연도 중앙대학교 결산공고’는 문서항목만 12개에 달했다. 그 가운데 ‘등록금 회계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가 40페이지 가량, ‘중앙대학교 학교회계 자금예산서’는 150페이지 가량에 달했다. 학교 전체 예산을 대상으로 작성된 문서이다 보니 원총에서 지출한 항목만 따로 확인할 수는 없었으며, 원우들이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문서의 양이 방대하고 복잡했다.


9백 10만 원, 학생회비는 어디에


  2019년 6월, 40대 원총이 꾸려지며 하반기에 학생회비 납부창구가 열렸다. 본지의 취재결과 총 9,100,000원의 학생회비가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 회장은 “19년도 하반기 학생회비의 사업집행내역은 하반기 감사자료집에 작성될 예정”이며 “학생회비는 학부, 안성캠퍼스와 함께 수첩 제작에 사용한다”고 전대회장에서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되지 않아 각 계열 대표들은 학생회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잔액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안 회장은 “학생회비 관련 사업안이 진행될 때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감사자료집에 수록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관련 지식 없이 감사자료집의 증빙자료만으로 구백만 원 가량의 내역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또한 감사자료집이 공개되기 전에는 원우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생회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다.
  타 학교 원총의 경우 회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회칙이 마련돼 있다. 특히 한양대학교 대학원총학생회는 회칙에 “회계결산보고는 원우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 필히 매 월 대학원 원우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원우회비의 사용 내역은 해당 자료를 열람 시 사업 별, 목적 별, 입출금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기재한 후 자체 감사 완료 후 게재한다”는 항목을 명시해 원우들이 매 달 원우회비 사용 내역을 정확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뒀다. 감사자료집에서 증빙자료만 열람할 수 있는 본교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현 원총 역시 원우들에게 학생회비 회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원우들은 알 길 없는 ‘회계결산’


  원총은 회칙에 의해 “결산보고를 대학원신문과 통신망에 감사종료 후 15일 이내에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본지는 해당 공고사항을 전달받지 못했으며, 원총이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에도 관련 공고가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회계공개와 관련된 회칙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시행이 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자치의 근간은 자율적인 학생자치기금 활용에 있다. 때문에 등록금과 별개의 기타납입금 형태로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것이며, 총학생회는 이를 운용할 때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한 공개’는 원총이 말하는 ‘투명한 사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는 원우들이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요청에 의해 자료를 얻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열람이 가능하도록 마련돼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것 대신, 뚜렷한 기준을 만들어 원우들에게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제40대 원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원총에서 학생회비와 관련한 회계결산보고서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역대 원총의 고질적인 폐단으로 보인다. 원총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투명한 회계 공개를 위한 내규와 회칙을 마련해 원우와 총학생회 간의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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