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고려한 전승의 필요성


공동재산 전승의 모범 사례가 있다면

  강남구 도곡동·광진구 능동·영등포구 신길동 등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세 마을은 마을 공동소유의 토지를 매각해 마을기금을 만들어 마을제사도 지내고, 제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이로써 마을제사의 중요성과 역사에 대해 늘 상기시키고 있다. 덕분에 새로 이사 온 주민들도 마을제사를 지내는 것에 거부감을 덜 느끼고, 제사가 있는 날이면 함께 참여해 즐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오랜 전통문화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은 마을공동체 형성과 마을자치회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서울과 지방의 마을신앙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른 지역에서는 마을 내력과 관련된 신들을 마을신으로 모시는데 반해, 한강 주변의 부군당 신앙은 관아(官衙)에서 모시던 부군(府君)신을 민간화(民間化)된 마을신으로 모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마을제당과 같이 신성한 공간은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이나 깨끗한 곳에 공간을 마련하는데, 서울은 마을 내 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와 같은 곳에 마련돼 있다. 그리고 마을제사를 유교식으로 지내는 경우 여성의 참여가 배제되지만, 서울에서는 지역단체장들이 마을제사에 참여하면서 여성 단체장들도 제관(祭官)으로 참여한다. 또한 다른 지역의 마을제사는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정숙(靜肅)하게 이뤄지는 데 반해, 서울의 마을제사는 토박이와 이주민이 함께 즐기는 흥겨운 축제날로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1980년대 서울지역개발로 마을신앙 공간이 해체됐는데

  1980년대 이후 서울지역 곳곳에서 아파트 건축을 위한 도시개발이 이뤄져 대다수 토착민들이 마을을 떠나게 됐다. 마을제당을 재건축한 곳은 마을제당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마을신앙을 전승해 가지만, 공동재산을 균등분배한 곳은 하직제(마을신에게 마지막으로 지내는 제사)를 지내면서 마을신앙이 단절됐다.
  마을제당이 재건되는 것은 ‘장소의 정체성’과 ‘사람들이 장소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의 본질과도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장소와 삶이 깊이 연루됐다고 느끼면 장소에 대한 애착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을제당을 재건하는 것은 이러한 ‘장소의 정체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재개발로 마을이 해체되지만 주민들은 마을제당을 재건함으로써 그들의 정체성을 제당에 투영한다.


■ 공동재산의 전승과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시개발과 국가정책으로 전통문화육성책이 활발하게 진행된 2000년대에 전승주체가 토착민에서 관으로 변화했다. 문화관광부는 2001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지정하면서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할 것을 권장했다. 전국에 전통문화와 관련된 축제가 많이 생겨났고, 전통축제에 마을신앙이 포함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을 받으면서 마을제사를 지내다보니 마을주민들끼리 지내던 것과는 다르게 규모도 커지고 참여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지자체장과 마을유지들이 제관에 참여하며 도리어 마을주민들은 소외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신앙이 약화돼, 결국 전승지식 및 공동재산의 전승 약화로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접근법’이 가지는 한계는

  한 지역의 유·무형 문화자원은 지역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에 의해 전승된다. 그러므로 문화자원은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주민의 만족도와 자긍심을 상승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마을신앙 공동재산을 경제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관광자원이나 관광자원에 활용할 스토리텔링 중심으로만 연구를 진행할 경우, 전승주체로서의 주민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마을신앙 공동재산의 온전한 전승을 위해서 주민들이 지켜온 가치와 노력을 배제하지 않으며,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의 문화적 삶 등을 제고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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