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기 /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부교수

현대사회의 개인정보 ③ 생체정보의 활용과 쟁점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모든 정보가 전산망에 실시간으로 복제·저장·유통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존엄한 정보로 존재할 수 있을까. 혹은 개인마저 파편화된 정보로 해체되어 객관화된 자료의 집합체로 물화된 것은 아닐까. ‘나’에 대한 정보와 ‘너’에 대한 정보들의 범람 속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은 결국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열쇠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개인정보의 개념과 범주 ② 국가권력과 개인정보의 관계 ③ 생체정보의 활용과 쟁점 ④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술의 발전

 
 
생체인식정보를 활용한 수사와 쟁점들


이성기 /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부교수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반정부시위에서 복면이나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이유는 중국의 안면인식기술(Facial Recognition Technology, FRT)을 활용한 감시카메라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2억 대 이상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범죄용의자 추적시스템인 천망(天網)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얼굴 인식 및 신원 확인에 걸리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중국은 그야말로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것인가.
  수사기관이 생체인식기술을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 상원은 경찰관 바디캠(Body Camera)에 안면인식기술 적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범죄 수사에 이용되는 생체인식정보 중 활용도가 가장 높은 안면인식기술이 우리나라에서 활용될 가능성과 그 법적 근거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신체적 특성으로 개인을 ‘인증’하는 생체인식정보


  DNA, 얼굴, 홍채, 지문, 음성, 걸음걸이 등 개인 신체의 특징에 관한 정보를 가리켜 ‘바이오정보’ ‘생체정보’ ‘생체인식정보’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른다. 본 글에서는 자동화된 장치를 통해 분석한 개인의 신체적 특성으로 개인을 ‘인증(Verification)’ 또는 ‘식별(Identification)’하기 위해 사용되는 정보로서 ‘생체인식정보(Biometrics Dat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람의 얼굴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생체인식정보는 얼굴 이미지에 해당하는 ‘원본정보’와 얼굴의 특징값을 추출·생성한 ‘특징정보’로 구성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볼 때 안면정보는 탁월한 식별능력을 갖췄다. DNA, 홍채, 지문 등과 달리 얼굴은 공개된 장소에서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대량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얼굴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야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현재 중국은 대다수 중국 인민의 얼굴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수집된 정보나 국가기관이 보유한 얼굴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또한 미국은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경찰관 바디캠을 활용해 감시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면인식기술 활용의 부족한 법적 근거


  우리 수사기관은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을까. 현재로선 그렇지 않으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경찰이 국민 대다수의 안면정보를 보관하고 있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여건은 어느 나라보다 잘 마련돼 있지만 이를 운용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안면인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설치·운영하도록 허용하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없다. 원본정보로서의 얼굴정보는 당연히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및 제18조 제1항 제7호 등에 따라 수사기관이 소관 업무 수행이나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수집한 얼굴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얼굴정보 수집의 목적과 그에 대한 법적 근거 여부다. 수사기관이 국민의 얼굴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경찰청장이 주민등록법에 따라 보관하는 주민등록 사진과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 촬영한 사진을 보관하는 경우다. 그러나 주민등록 사진의 경우, 해당 법령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경찰에 송부하는 목적과 범위에 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를 활용하는 실무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설령 위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주민등록 사진을 바탕으로 얼굴 특징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근거로 보기 어렵다. 또한 운전면허 사진도 교통 관련 업무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로는 미흡하다.
  경찰청 훈령의 법적 근거로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9조 및 제87조에는 유치장에 구금된 사람을 식별하기 위해 사진 촬영 및 지문채취를 허용한다는 점이 언급돼있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피수용자의 안전을 위해 규정된 것이므로 범죄 수사 활용의 법적 근거로서는 미약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범죄자의 얼굴 사진을 강제로 촬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법공조자료관리규칙’은 일정 범죄로 구속된 사람에 대한 사진을 촬영해 수법원지를 작성하도록 규정하는데, 이 사진을 일반적으로 ‘머그샷(Mug Shot)’이라고 부른다. 최근 한 사건의 경우 본인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하는 상황이 논란됐었는데,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강제로 촬영할 수 없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규칙에서 정한 ‘일정 범죄’에 살인죄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안면인식기술이 되려면


  미진한 법적 근거로 인해 얼굴인식정보를 활용한 수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중국 등 해외국가가 얼굴인식정보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범죄 수사에 있어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적법하고 실효성 있는 통제가 이뤄질 것을 전제로 얼굴인식정보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중국이나 미국과 같이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검거를 위해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자동 검색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심각하고 광범위한 침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허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도주 중인 흉악범을 검거하기 위해 예상 도주로의 CCTV를 특정한 뒤, 사전에 구축한 얼굴인식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면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얼굴인식정보 시스템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요건, 기준과 절차가 하위법령에 구체화된다면 안면인식기술의 남용을 통제하면서도 효과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 수사상 얼굴인식정보의 활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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