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기 / 철학과 석사과정

[원우 말말말]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


민현기 / 철학과 석사과정

  “나는 사회주의자다.” 이 선언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거나 혹은 두렵고 혐오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가해지는 멸시와 폭력은 만연하다. 누군가는 사회주의가 너무 급진적이니 좀 더 온건하고 점진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수록 나는 지금-여기의 문제는 자본주의고, 답은 사회주의라고 외친다. 자본주의라는 총체적 체계 안에서 우리의 삶은 온갖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계속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 비정규직들의 집단 해고, 부와 가난의 대물림 등 모든 사회적 문제들을 면밀히 추적하다 보면 그 뿌리는 자본주의에서 드러난다.
강사법 개정을 빌미로 행해지는 대학들의 강사 구조조정은 대학원생들에게 더욱 직접적이고 심각한 문제다. 대학원 등록금이 매년 인상되는데도 철학과처럼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학과는 전공 필수 강의가 제대로 열릴 수나 있을지 전전긍긍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들은 자본주의가 너무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자본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다수의 사람이 구조적 불평등에 의해 착취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자유주의적 정치적 시도들은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실패하고 있다. 미국의 자본가들조차도 자본주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의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히 명명하는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asio-Cortez)는 미국 정치계의 떠오르는 신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겨울, 우리는 촛불을 들고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민중들의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겨우 240원이 오르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자회사로 쫓겨 1,500명이 집단 해고를 당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사회 구조와 체제의 문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실 이 상상력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본주의로 인한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요구를 말할 수 있다. 사회주의적 상상력은 개별적이고 파편화돼 있던 억압과 모순들이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대상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할 수 있게 해준다. 더 이상 체제의 관성 속에서 모순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감히 말하지 못하고 있던 그 말을 이제 당당하게 외치고자 한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답은 사회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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