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편견의 시대에 타자를 바라보기


■ 본 논문의 핵심개념인 ‘타자지향성’이 공동체 의식과 연결되는 지점을 작품을 통해 설명한다면

  타자지향성은 리스먼(D.Riesman)에 의해 제안된 개념으로, 동시대 타인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지향성을 가질 때, 타자 중심으로 타자를 바라봄으로써 개인-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별과 편견이 없는 연대 가능성을 사유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디마프〉의 카메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였을 때와 공동체를 이뤘을 때 등장인물들을 다른 방식으로 담아낸다. 극의 초반에는 보통 아이 레벨 샷(Eye level shot)이 많고, 샷과 샷의 이동이 빠르다. 이는 단절된 타자들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각이 서 있는 샷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새의 시선으로 둥글게 변화된다. 완전히 하나가 됐을 때 라운드 샷(Round shot)을 쓴다. 이때 인물들은 원 안에 갇혀 있게 된다. 이는 공동체 의식의 관계성을 촬영기법을 통해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웃’을 ‘트라우마적 사물’로 분석했다

  ‘트라우마적 사물로서의 이웃’이란 지젝이 말하는 이웃이다. 지젝은 구약성서가 “네 이웃을 사랑하고 존중하라”라고 말할 때, 이 이웃은 닮은꼴로서의 이웃이 아니라 트라우마적 사물로서의 이웃이라 주장한다. 지젝이 말하는 트라우마적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가 말했던 의미의 ‘사물’이란 개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식’을 배우게 되는데, 처음 인간에게 인식된 타인이라는 복합체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하나는 기억 활동을 통해 이해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주체 자신의 육체로부터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정한 구조의 인상을 주면서 사물처럼 머물러 있는 것이다. 즉 프로이트는 타자를 ‘이해가 되는 부분’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눴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사물이라 비유했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사물과 같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 부분을 부정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면서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제시한다.


■ 〈그들이 사는 세상〉과 〈라이브〉에서는 삶의 현장으로서 ‘도시’를 다뤘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라이브〉에서의 도시는 희망의 공간을 의미한다. 두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은 도시에서 함께 흥분의 경험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켜나간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드라마국 사람들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희망을 품고 희망을 노래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한다. 〈라이브〉의 주된 무대인 ‘홍익 지구대’의 공간은 한국에서 가장 사건 사고가 많은 공간이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경찰인데, 이들은 세상의 타자들을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들이 타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이들이 가진 정의로움이 드러난다. 두 드라마는 삭막하고 고립된 것으로 인식되는 도시 공간을 연대와 열정, 희망이 가득 찬 공간으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현시대에 공동체 의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가속화된 무한 경쟁은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켜 극단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불러일으켰다. 한국 사회에서 타자에 대한 편협한 태도는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라이너 촐(R.Zoll)은 한국에서 나타난 연대들 대부분이 ‘집단 연대’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집단에 갇힌 채 다른 집단과는 날카로운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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