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세(厭世)를 벗은 이들의 새로운 광장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본 집회에 20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각자의 입장과 이해에 따라 추산인원에 대한 공방이 분분했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대 도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뚜렷하게 모였다. 이번 ‘촛불’은 절실하게 요청됐으나 메워지지 않은 과거의 수사 공백과 지나치게 과잉된 최근의 수사 방식을 비판하며 발화(發火)됐다. 집회의 목적은 부당권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을 번번이 무산시켜온 검찰의 관행에 대한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장관 임명을 위한 적합성을 검증하는 무수한 논쟁들 가운데서도 검찰의 엄밀한 성찰을 요청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명징했다. 이번 집회가 한국의 ‘광장’을 대표해온 ‘광화문 광장’이 아닌, 메시지의 직접적인 수신 대상인 검찰청사 앞에서 시작된 것도 유의미한 지점이다. 즉 ‘광장’이 있는 곳에 ‘목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있는 ‘그곳’이 바로 광장이 되는 것이다. 광장이 촉구하는 민주주의는 이제 개인의 ‘밀실’과 ‘사회’가 맞닿는 지점에서 발화된다. 수많은 문제제기가 묵살되지 않고 실체 있는 변화를 체감한 사회는 광장을 넘어 더 넓은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특히 무한한 비판의식과 문제제기가 태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대학은 가장 일상적이며 가장 현재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장이 돼야 한다. 이 때 학내 언론이 가지는 무게의 막중함은 첨언할 필요가 없음이 자명하다.
  학내 언론은 그 존재의 한계가 도리어 유례없는 고유성을 만들었다. 학내 언론의 종사자가 기자 및 편집위원으로 존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소 한 학기에서 최대 여덟 학기를 넘지 못하고, 대학원의 경우 학부에 비해 훨씬 짧은 일 년 남짓이다. 구성 인원의 필연적인 교체는 오히려 학내 언론의 다양성과 현재성을 담보한다. 학내 언론이 주목하는 중심 의제는 당시 언론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설정된다. 다만 격동하는 사회와 이에 발맞춰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학내 언론이, 공시적·통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지키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바로 당신이다. 학내 구성원의 문제의식 함양과 공론장 기능의 수행을 위해 존재하는 이 광장은 학내 곳곳에 배치돼 존재의 가치를 방증하고 있다. 이번 학기 본지가 배부대 위의 광장에서 논할 의제는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등록금이다. 관련 논의가 결국 무능할 것이라는 염세의 전언 앞에서도, 이곳의 외침은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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