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11.9 토 14:19
특집
[특집 인터뷰] 움직이는 악어들과의 만남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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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승인 2019.09.03  23: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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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퀴어페미니즘 독립출판사 ‘움직씨’ 인터뷰

한국 사회와 문단이 전에 없는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본지는 ‘퀴어 페미니즘’의 새로운 상상력을 꿈꾸고 나아가 실현시키고 있는 퀴어페미니즘 독립출판사 ‘움직씨’의 노유다(이하 유다)와 나낮잠(이하 낮잠)을 만났다. 창작자이자 동시에 기획자인 두 사람과 독립출판사를 만들고 운영하며 겪은 한국 문학계·독자·플랫폼의 변화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본다. <편집자 주>

 

   
▲ 움직씨의 책 《악어노트 》 《코끼리 가면》을 보고 미소 짓는 움직씨의 노유다(왼), 나낮잠(오)

 

움직이는 악어들과의 만남


■ ‘움직씨’라는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다: 낮잠과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창작이나 작업을 하려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등단 준비를 하는 등 선택지가 좁았다. 우리는 전공과 관련된 직업 가운데 출판계에서 일하게 됐다. 당시 파주출판단지에서 편집자로 일했는데, 아시겠지만 파주가 되게 외로운 땅이다. (웃음) 퀴어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외롭다고 느꼈다. 그렇게 우리가 일하게 된 지 10년이 조금 지났을 때, ‘아, 이렇게 살다가는 노예로 살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출판시장은 남성 중심적이었고, 형성된 문화 역시 보수적이었다. 출판의 결정권자들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더러, 우리가 제안하는 출판 기획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어린이·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그러한 시각을 발견하는 책이 많이 등장할 수 없었다. 원하던 기획을 가뭄에 콩 나듯 할 수 있는 환경에 너무 지쳤고, 이렇게 살아가는 건 별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자본은 부족했지만, 10여 년의 경험으로 출판 노동에 대한 전문성은 확보된 상태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노동력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다음 길이 없으니까, 어쨌든 길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다.

■ ‘움직씨 출판사’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글이 있다. “레즈비언 예술가 클로드 카훈(C.Cahun)과 마르셀 무어(M.Moore)의 정신을 이어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문화 예술의 움직임을 만들며 여성·어린이·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다양한 책을 펴내고자 합니다.” 움직씨의 방향성에서 두 인물을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유다: 앞서 언급하신 움직씨의 기조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의 출발지점이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클로드 카훈과 마르셀 무어는 1920~30년대 파리에서 활동했던 이들로, 여성이면서 동시에 퀴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다. 20대 후반, 낮잠과 같이 레즈비언이자 감독인 바버라 해머(B.Hammer)가 만든 다큐멘터리 〈연인, 타인〉(2005)를 보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퀴어들에게 원형적 존재인 사포(Sappho)가 있긴 했지만, 사실 사포는 역사적으로 불분명한 신원미상의 존재다. 그런데 〈연인, 타인〉의 주인공인 카훈과 무어는 역사적으로 정확한 공간에 존재하며, 나치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다. 사회와 조우하면서도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자기들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 낸 두 인물이라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때, 막연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긴 했지만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과연 어디에 가 닿을까’에 대한 확신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젠더 이슈가 없었고, 퀴어나 레즈비언이라는 존재도 예술계에서 가시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훈과 무어가 고독한 섬에서 자신들의 예술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만들어냈고, 저항운동도 활발하게 했던 것처럼 우리도 언젠가 우리와 같은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서 그 궤적, 계보를 이어나가고 싶다.

■ ‘나낮잠’ ‘노유다’ 두 이름 모두 “남은 날들을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살고 싶어”서 함께 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개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낮잠: 원래 이름은 옆집의 스님에게 받아온 이름이었다. 불용한자에다 옛날 여자 이름을 연상시키는 탓에 별로 애착이 없었고, 어려서부터 별명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래서 스무 살 이후에 개명을 하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퀴어 커뮤니티에서는 이름이 아닌 별명을 많이 쓰는데, ‘낮잠’은 오랜 시간 쓰다 보니 마치 이름처럼 불리던 별명이었다. 개명을 하게 된다면, 한글이름에다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이름을 갖고 싶었던 터라 낮잠으로 개명하게 됐다. 그리고 예민해서 밤에 잠을 자주 설쳤는데, 자취하면서 성범죄 같은 것들이 걱정돼서 밤에 잠들기가 더 어려웠다. 이런 불안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기기도 했다. 아, 그리고 낮에 잘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기도 해서. (웃음)
유다: 퀴어 커뮤니티에서는 사회적인 차별 때문에 이중적이고 분리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필명 사용을 해왔고, 우리 둘 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자기 이름을 스스로 정체화하게 됐다. 나의 경우, 퀴어에 대한 종교적인 탄압이 심하니까 그러한 반감 때문에 ‘유다’라는 이름을 지었다. 시간이 흘러 성경을 다시 읽어보니, 유다라는 존재가 굉장히 다양하게 해석되더라. 유다가 지닌 동성애적 성향이나 문화예술계에서의 해석이 그렇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해석을 다시 바꿔서, 부드러울 유(柔)와 많을 다(多)를 합쳐 ‘부드러움이 많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개명의 법적 절차까지 밟게 된 건, 누군가의 자랑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는 성폭력생존자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어떤 생존자 분께서 “오늘 내 이름 개명했어”라며 주민등록증을 자랑하시더라. 그래서 개명을 하면 ‘주민등록증에도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새겨지는 구나’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서 개명을 하게 됐다. 여담으로 동사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자 우리 출판사의 이름인 ‘움직씨’ 역시 낮잠이 지었다.

   
▲ (왼쪽부터) 움직씨의 책《악어노트》《코끼리 가면》

■ 부럽고, 좋은 이름이다. 움직씨가 만들어 내는 책으로 넘어가보자. 지금까지 출판한 책들을 보다 보면, 장르적 변이가 눈에 띈다.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낮잠: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는 기획자의 입장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문학작품을 접했을 때의 경험이 가장 큰 이유다. 권력화된 집단에서 이따금 소수자의 목소리를 흉내내다보면, 실수를 하거나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다. 너무 얄팍해지거나 납작해지는 경향도 있고. 충분히 듣지 않으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비웃음이 날 정도의 작품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어떤 책을 내야 할까’라는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 점에서 장르적 변이를 통한 경계 흐트리기가 중요한 거 같다. 순수문학이니 장르문학이니, 아동문학이니 성인문학이니 경계나 위계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경계짓기를 또렷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의 힘을 가진 자들이든 아니든 간에 모두 다양한 일상을 갖고 살아간다. 소수자의 관심사도 엄청나게 다양하지 않나. 여성도 그렇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담고 싶었다. 사실 우리 회사의 시작은 종합출판사다. 아직은 자본력이나 노동력 면에서 다른 종합출판사처럼 많은 종수를 낼 수는 없고,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목소리 소설도 하나, 그림책도 하나, 소설도 하나, 그래픽노블도 하나 이렇게 나오고 있다. 어찌됐건 우리 회사가 성장해나가면서 자기 정체성을 녹여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동시에 기존 문학이 나눠 놓은 이분법을 흩트려 놓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낮잠: 그렇다. 경계짓기로 그치지 않고, 문학 내에서 서열화된 경우가 많아서 이것에 반대하는 마음도 있다. 요즘 《퀴어 별점》을 작업 중인데, 사실 여성이 전유하는 문화인 점성학 역시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래픽 노블도 그 문학성을 비하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유다: 문학 내의 구분 짓기가 시장중심의 장르 편성이라고 보기에는 사실상 가치 부여된 측면이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전복적인 시선을 갖고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 2018년 미투운동 이후, 우리 문학이 해방감과 동시에 진통을 겪고 있는 거 같다. 혹시 출판가이자 작가로서 미투운동 이후의 문학과 문단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유다: 너무 많아서. (웃음) 사실 해방감은 생각보다 많이 겪진 못했다. 다만 “변화한 정세에서 달라진 것이 없느냐”는 질문은 많이 받게 됐다. 하지만 미투운동 이후, 직접적인 세례를 받은 건 역시나 대형출판사들이라 생각한다. 독립출판사나 독립작가가 어렵게 시작해서 목소리 트인 것들을 손쉽게 가져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미투운동에서도 이성애 중심적인 담론들이 훨씬 더 소비되기 쉽고, 그 목소리를 더 높게 봐주는 측면도 있다. 물론 독자들의 변화 역시 느낀다. 독자 한 명, 한 명과 깊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작품을 통해 힘을 받거나, 작품을 애정하는 강도는 훨씬 세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의 해방감은 굉장히 크다. 보통 출판시장에 나온 책들이 끝까지 읽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그런데 독자들이 우리 책을 읽은 뒤 대화와 소통을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서가에 꽂아만 두는 책이 아니라, 실제로 읽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독자가 책을 구입해서 개인 마케터처럼 주변에 영업도 해주시고,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로 신청도 한다고 하시더라. 다른 발행인들은 되게 부러워한다. 움직씨의 실체가 2명인지 정말 몰랐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게 아니었냐고 물어보더라.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미처 다 듣지 못하고, 피드백 받지 못하는 해방감의 흐름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거 같다.
낮잠: 그렇게 해서 저희가 살아남았다. (웃음)

■ 반가운 영업들이다. 움직씨는 ‘텀블벅’ 펀딩 문화를 잘 활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펀딩 문화는 기존 한국문학이 규정했던 출판 형태를 벗어난 굉장히 새로운 시도의 출판 문화이기도 하다. 한편, 움직씨가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까 한다. 텀블벅 펀딩 문화의 양면성을 말해 본다면
유다: 텀블벅 펀딩은 계륵처럼 시작한 일이다. 처음 출판사를 시작할 때, 노동력은 있는데 자본이 없으니까 제작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처음에는 호응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퀴어하지 않은 시장이었으니까. 펀딩을 시작한 《펀 홈》(2017)의 경우 원래 원작을 좋아해주시는 독자들이 많은 상태에서 우리가 재판을 하게 됐다. 또 번역자가 본인 스스로 트렌스젠더 퀴어임을 당당히 밝히고 작업했다. 이런 것들이 새로운 출판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져서 많은 분들이 펀딩에 참여해주셨다. 덕분에 움직씨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움직씨가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전체 출판 서점 시장 안에서는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번성하면, 제작자와 독자가 직거래 형식으로 상품과 자본을 교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온라인화 되고, 결국 오프라인의 서점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맥락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퀴어서사는 여전히 파이가 매우 적어, 움직씨의 경우만 해도 독자가 초판 부수에 한정된다. 움직씨도 유통사가 주관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텀블벅이라는 직거래 시스템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만나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텀블벅을 활용하려면, 편집일도 하면서 동시에 계속 홍보 업무도 해야 한다. 밤을 새면서 육체 노동을 열심히 해야 하기도 하고. (웃음) 이런 것들에 비해서 플랫폼이 주는 안정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힘든 부분은 사실이다. 우리의 포문은 텀블벅에서 열었지만, ‘우리가 계속 이 상태로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일까’라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 (왼쪽부터 차례로) 《당신 엄마 맞아?》 《첫사랑》 《악어노트》

■ 개방된 플랫폼이기에 독립적이고 자유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일전에 ‘L서점’에 대한 언급 등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관심도 있어 보인다. 혹시 계획 중에 있는지
유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나 자본이 문제다. 이뿐만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공격과 혐오에 대한 노출도 문제다. ‘발행이나 편집 영역조차도 아직 소양이 부족한 거 같은데, 배포까지 책임지고 해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힘을 얻는 게 독자들의 피드백이고, 독자들과의 소통을 하는 게 다음 책을 만드는 데에 큰 에너지와 동력이 된다. 그래서 상업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우리가 구체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려면, 과도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노들서가'의 제안을 받았다. 지금 준비 중인 건 서가와 워크숍, 커뮤니티의 활용이 가능한 공간을 계획 중이다. 처음에는 움직씨만의 콘텐츠 특성이 있어서, 우리 쪽에서 먼저 민원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오히려 "그래서 더 움직씨를 초대하고 싶었다"고 말하시더라.

■ 움직씨의 원동력이 독자들이듯, 독자들 역시 지지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 자체로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서로의 원동력이 만나서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노들섬의 공간도 기대하겠다. 움직씨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잘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혹시 디자인이나 책의 물성에 대해서도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낮잠: 초반의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혁명’과 ‘감각’이다. 있지 않았던 것들이 바꿔나가는 흐름을 통해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던져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아까 카훈과 무어를 말할 때 언급하긴 했지만, 이들은 실험적인 감각을 통해 자기의 예술세계를 펼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자의 실험적인 색깔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 애초에 작업을 진행할 때,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해달라고 말씀드린다. 현재 여성 디자이너 분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성의 디자인이 좀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이후 움직씨의 출판 계획이 궁금하다
유다: 《99%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최근 들어 변화하는 페미니즘의 조류에 대해 좀 더 확장적으로 사고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움직씨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어떤 것일까’ 고민하던 중 만난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왜 여성으로서 LGBT와 연대해야 하는가’를 역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주고, 동시에 일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맞서 소수화·주변화되는 존재들이 왜 함께 손잡아야 하는지, 1%를 위한 페미니즘과 99%를 위한 페미니즘은 무엇인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문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논란거리가 될 만한 주제지만, 지금 LGBT와 페미니즘 간의 갈등을 소강하고 손잡을 수 있는 강한 연대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시점에 적절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악어노트》(2019)를 쓴 구묘진의 《몽마르트 유서》도 번역 중이다. 낮잠이 작가로서 내는 책도 준비에 있다. 커밍아웃한 여성 퀴어 작가인 낮잠이 내게 될 책은 움직씨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자 국내 창작물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 생각한다.

■ 다들 몹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움직씨의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들려달라
유다: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움직씨는 더 큰 사랑을 받았고, 처음의 희망은 거의 이뤄졌다. 다만 움직씨가 퀴어 페미니즘 출판사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여러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것을 막아서는 목소리가 있는 거 같다. 창작자에게는 어떤 경계와 흐름도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가 우리의 시작을 명백히 밝힌 건, 스스로의 출발지점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이었다. 우리가 출발지점으로 선택한 것들이 결국 도착지점으로 귀결되게끔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퀴어와 페미니스트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확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 “딱 10년만 우리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와 느슨하지만 연대감과 연결감을 갖고 있는 네트워킹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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