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11.9 토 14:19
특집
[토론문] 저항의 외침을 역사화하는 또 다른 저항정찬철 / 한국외대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53호]
승인 2019.09.03  23:34: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새장 밖으로] 여/성/소수자 드러내기


저항의 외침을 역사화하는 또 다른 저항


정찬철 / 한국외대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


  김연호 박사의 말이 맞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성으로서 논의돼왔지만, 그 기호들은 제대로 발화되지 못했다. 가부장체제에 포획되고 희생된 여성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여성은 늘 사회적·경제적으로 요청됐지만, 여/성에 대한 목소리는 전체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목적 아래 늘 막혀있었다. 이러한 여/성 담론은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과 같은 집단적인 정치적 기억을 역사화 하는 과정에서도 혁명이라는 거대한 테제 아래에 가려져 있어야 했다. 역사 속에서 유령이 돼야 했던 여성에 대한 여/성 담론은 또한 여성 예술가들 소수의 몫이었다.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예술적 재현은 제도적 지원도 그리 충분히 받지 못했다. 소수자에 대한 모든 논의가 그러하듯, 동지적 희생으로 시작해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간주돼 왔다. 그중에서도 ‘비디오 아트’를 논의 대상으로 삼아 여/성에 대한 시각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은 특히 제도의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였다. 여/성에 대한 예술적 목소리는 유령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가부장체제 중심의 한국 사회에 저항했던 비디오예술 작품은 많지 않다. 필연적으로 빈곤할 수밖에 없었던 이 저항의 외침을 역사화하는 작업은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전송할 수 있는 전술이며, 그 자체로 또 다른 저항임이 분명하다. 아래 이어지는 내용은 김연호의 주장대로 여/성에 대한 시각적 저항기억을 역사화해, 신자유주의체제 속에서 더 견고한 가부장체제가 된 한국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전술적인 목적을 지닌 이 논문을 더 알리기 위한 목적의 물음들이다.
  하나. 3장 “여성의 트라우마: 대항기억으로서의 히스테리 수행성”에서 분석하는 작품들은 모두 여성의 몸과 기억에 각인된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김세진의 〈너무 먼, 너무 가까운〉과 〈상실〉, 세월호 유가족 여성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흑표범의 〈베가〉, 일본군 위안부 여성의 트라우마를 깨우는 홍이현숙의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는 지배체제의 미디어가 삭제한 존재의 기억을 기록하고, 저장하고, 전송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정치적 저항이다. 하지만 이 정치적 저항은 기록되지 않은 것의 발화, 숨겨진 것의 기록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들에는 국가의 폭력성만이 아닌 국가권력의 부재, 불능, 그리고 오작동에 대한 외침 또한 담겨져 있다. 특히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역사적 사죄와 배상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 〈베가〉의 유가족 여성의 존재가 그러한 외침처럼 보인다.
  하나. 4장 “젠더 수행성: 젠더화된 몸의 재맥락화와 비체성”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합성리얼리즘’을 통해 유비호의 〈1984〉와 〈매스게임〉, 김세진의 〈일시적 방문자〉, 김두진의 〈우리는 그들과 함께 태어났다〉 등의 디지털 비디오예술 작품에 담겨진 비체적 존재의 정치적 수행성에 대한 분석이다. 상징계의 지표가 없다는 점과 무한히 가변적이라는 정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비체적 존재는 닮아 있다. 그래서 지표라는 권력에 눌려 비가시적 정체성을 지녀야 했던 비체들을 시각화하기에, 디지털 이미지보다 적격인 기술 미디어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묻자면, “이 이미지들은 자본화사회시스템이 가진 동일성과 획일화된 인간성을 비판하기 위해 합성리얼리즘을 활용한 것이다”라는 김연호의 주장은 보다 구체적인 논의로 확장돼야 하지 않을까.
  하나. 5장 “이주의 여성화: 이주의 여성화와 타자의 공간”은 이 논문에서 주목해야하는 논의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앞선 모든 국가와 여성에 대한 논쟁적 언어들이 합류하는 비체들의 강이다. 5장에서 김연호는 카이젠의 〈입양시리즈〉, 심혜정의 〈아라비안과 낙타〉, 김동령의 〈아메리칸 앨리〉 등의 비디오 에세이 작품을 통해 국가·인종·민족·자본 등 모든 지배 권력과 체제 안에서 소수자로서 경계에 선 삶을 살아가며, 정체성과 생존의 문제에 가장 극단적으로 부딪혔던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러한 주제들은 앞의 사례와 달리 지극히 지금이기에 가능한 정치적 발화다. 유럽과 미국 등 대표적인 한국인 이산자들이 집결한 지역에서 이산자들의 저항기억이 21세기에 출몰하고 있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2017)와 앤드류 안(A.Ahn)의 영화 〈스파나잇〉(2016) 등이 대표적 예다. 그렇기에 5장의 여성 이산자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 보다 동시대적이고 초국가적인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은 예술을 낳고 기록은 역사를 낳는다. 김연호의 연구는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시작이다. 여/성에 대한 예술적 목소리를 기록하는 길은 멀고 깊다. 20세기의 것도 앞으로 올 시대의 것도 모두 기록돼야 할 것들이다. 많은 제도적 지원과 지평적 지지가 뒤따르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02관(대학원) 201호 대학원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70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