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명의 물결을 따라]


이어진 것과 끊긴 것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사용되는 ‘아래아 한글’과 ‘V3 백신’은 놀랍게도 모두 1980년대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60년대 경공업과 70년대 중화학공업을 거쳐, 80년대에는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비롯한 조립가공산업이 등장했다. 조립가공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1980년대 초 ‘삼보엔지니어링’이 설립된 후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판매가 시작됐다. 이후 컴퓨터 보급 및 사용이 늘자 일반 사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잇따라 등장했다. 그 가운데 ‘아래아 한글’은 자체 글꼴을 내장한다는 장점과 편리한 기능으로 대중에게 널리 보급돼,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하드웨어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이처럼 80년대의 IT는 2019년의 IT로 이어져 온다.
  ‘아래아 한글’과는 달리 80년대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다. 80년대 후반까지 공중회선전화망(PSTN)을 활용한 공중전화부스는 거리에 흔했다. 그리고 공중전화기 옆의 묵직한 전화번호부를 찾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시절의 전화번호부는 버젓이 공중전화기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개인정보의 대량수집과 유출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이 두툼한 전화번호부를 만든 셈이다. 지금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개인정보 수집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IT 혁명의 물결을 따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개인정보의 개념과 범주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전화번호부’에 놀라는 우리처럼 다음 세대는 우리의 ‘개인정보보호법’을 보고 놀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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