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잡기]

 
 

 

보다 새로운 가족을 꿈꾸는 당신에게

《펀 홈》. 엘리슨 벡델. 움직씨. 2017


  한때 모든 자기소개서의 첫 줄을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며…”라는 문구로 작성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리라는 견고했던 고정관념. 이 문구는 우리가 ‘결혼’이 곧 ‘이성 간의 결합’만을 뜻한다고 말하는 폭력적이고도 고리타분한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유행하던 문구는 이제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방식’은 우리 일상 속에서 여전히 눈에 띄는 존재다. 혹시 당신 근처에도 있는가. 그렇다면 《펀 홈》을 추천한다.
  영화 성평등 테스트인 ‘벡델테스트’의 창시자인 엘리슨 백델(A.Bechdel)이 쓰고 그린 그래픽 노블 《펀 홈》에는 ‘가족 희비극’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마치 잘못 맞춰진 퍼즐조각들 같은 《펀 홈》 속 가족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 부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클로짓 게이인 아버지 브루델과 오픈리 퀴어인 딸 엘리슨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기이한(Queer)’ 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죽음·다양한 성 지향성과 성 정체성·정치와 역사는 물론, 각종 문학과 문화의 오마주를 맘껏 맛볼 수 있다. 또한 《펀 홈》은 2006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뿐만 아니라, 뮤지컬로도 제작돼 토니상 5관왕을 석권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한 번 들으면 계속 귓가에 머무는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 《펀 홈》의 넘버를 듣기 전, 하루 빨리 원작부터 읽어보자.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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