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9.4 수 00:59
학내
[사설] 오늘도 우리는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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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승인 2019.09.03  22: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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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오늘도 우리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018)는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다닌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를 엮은 에세이다. 특이한 점은 무명의 저자 백세희가 창작자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한정판 책을 낸 뒤, 큰 호응을 얻어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을 했다는 것이다. 인기에 상응하듯 연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비약적인 성과를 보이다, 올해 초 2편을 발간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보이는 ‘에세이 성공신화’는 한국의 신자유주의가 대중을 ‘힐링’의 주체로 호명하고, 그 호명에 자연스럽게 응하게 하는 사회적인 맥락인 ‘힐링 담론’이 지속적으로 가시화 된 현상이다. 이러한 힐링 콘텐츠의 증가나 치유문화의 유행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탈진한 자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사회의 병적인 징후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대중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저자의 꾸밈없는 자기고백에 매료돼 독자 되기를 선택했다. 현대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20대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혹은 일상적으로 되뇌어봤을 한 마디를 서점에서 조우했을 때의 반가움이 바로 ‘성공신화’의 동력인 것이다. 일상적인 죽음 충동을 쉽게 느끼는 청년세대는, 사회로부터 ‘죽임 당한’ 순간 병리적인 우울과 괴로움의 강도만큼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살고 있다. 만약 청년세대가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그 순간 죽음충동을 참아내고 삶을 지속한다면 이는 신자유주의의 완벽한 승리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가져오는 거대서사를 상상할 수 없게 하는 상상력의 빈곤은 결국 순응으로 이어지며, 이를 통해 기존의 체제는 지속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청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들은 오로지 ‘존버’할 수 있다. 비속어가 포함된 ‘매우 버틴다’라는 의미의 존버는 2012년 소설가 이외수가 청년들에게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라고 전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가상화폐 폭락에 투자자들이 가치 반등을 바라며 자주 사용해 유행어가 됐다. 이는 허무주의를 넘어, 탈진한 자아를 자가치유하며 체제에 순응하겠다는 패배주의가 극심하게 팽배하는 사회를 보여준다. 우리는 힐링을 주체적으로 소비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우리의 감정을 비롯해 사회의 본질에 대한 비판의 기회를 힐링에게 이미 내어준 것이다.
  결국 우리는 체제에 의해 소비되는 소비자였을 뿐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에게 보장되는 최소한의 사회·제도적 보호장치가 ‘떡볶이’만도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지배에 균열을 낼만한 상상력이 청년세대에게 절실하게 요구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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