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진 / 예술학과 박사과정

[원우 말말말] 

예술기금과 예비 작가들의 속사정

공현진 / 예술학과 박사과정

  이웃 마을 곳곳에 예술가가 산다. 구청·문화재단·주민센터는 연신 예술가들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젝트로 온 동네가 풍성해지고 있다고 홍보한다. 이런 홍보 덕분에 실제로 마을에 예술가들이 많이 유입됐고, 국가에서는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역과 끊임없이 연계하고 있다. 예술 분야의 졸업생들은 지역 곳곳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월세를 내며,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기금정책들을 찾아본다. 나 역시 순수예술 전공자로서 기금 사업에 선정돼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문화재단 소속으로 일정 기간 근무하며 기금 사업 생태계를 훑어보기도 했다. 이때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들을 간략히 돌이켜보고자 한다.
  예비 작가들이 창작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금정책들은 예술계열 전공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다. 신진 작가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창작기금 사업이나 공공프로젝트 공모 등을 통해 예술 활동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가기금정책의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절차와 용어들로 인해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난관이 발생한다.
  나라에서 지정한 기본적인 지원금 교부 시스템 역시 진입 장벽이 높다. 국가기금 정산에 의무적으로 사용되는 ‘e-나라도움’ 온라인 시스템의 경우, 용어 및 항목들이 공무원의 눈높이로 디자인됐으며, 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끔 만들어졌다. 실제로 예술가들이 시스템 사용이 어려워 공모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진 작가, 혹은 예비 작가들이 이런 제도와 시스템을 갑작스레 마주했을 때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학부 때부터 현재의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본교에 재학하고 있지만, 예술계열 커리큘럼에서 국가기금정책의 흐름이나 지원시스템에 대한 강연이 개설된 사례를 볼 기회가 적었다. 타 계열에서 취업에 도움 되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듯, 예술계열에서도 졸업 이후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짚어주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항상 있어왔다.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정기적으로 개설된다면, 원우들이 예술분야 국가기금정책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고 현실을 마주하는 불상사는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예술계열 전공자들이 학부 때부터 자신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각종 지원제도 및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면, 작품 창작에 있어 금전적인 부분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일찍부터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졸업 후 작업실 마련에 있어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술가 작업실 지원 정책’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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