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

강사법을 말하다

  ‘강사법’으로 통칭되는 ‘개정 고등교육법(이하 강사법)’이 지난 8월 1일자로 시행됐다. 이후 처음 학기를 맞이하는 학교의 분위기는 다소 불안감이 감돈다. 2010년 조선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재직하던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해당 논의가 불거졌다. 이에 대학 강사제도 개선을 위해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이 2011년 개정돼 201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대학과 강사 당사자들의 반발로 네 차례 유예돼왔다. 강사들은 대량해고를 우려했고, 대학은 재정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시행을 유보하고자 했다. 이윽고 지난해 강사 대표와 대학 대표, 국회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구성돼, 8개월 동안 18차례의 회의 끝에 국회의 의결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대학은 선제적으로 강사와 강좌 수를 줄였고, 그로 인해 증가한 대형강의와 더욱 경쟁이 과열된 수강신청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피해를 알리는 언론보도가 연이어졌다. 강사법이 대학 현장에 첫 발걸음을 뗀 이 시점, 이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들을 살펴봤다.

 
 
 

강사, 법 시행에 앞선 7,834명의 실직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해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시행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학은 강사에 대해 1년 이상의 임용 기간 및 3년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 4대보험을 부담하며, 해고될 경우 강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법적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본래의 긍정적인 취지와는 달리, 당사자인 강사를 비롯한 여러 관계 구성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닥칠 부정적인 결과들을 우려했다.
  지난 8월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19년 1학기 강사 고용현황 분석결과’를 통해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강사 고용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강사법이 적용되는 399개교를 조사 대상으로, 지난 2019년 1학기에 대해 직전년도 동학기와 비교했다. 그 결과, 1년 사이에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강사의 규모는 총 7,834명이며, 이 가운데 전업강사는 4,704명이었다. 이는 증감률로 따지면 총 강사인원의 13.4%가 감소한 수치이며, 전업강사의 경우는 15.6%로 더 크게 감소된 모양새다. 이 외에 전임교원으로 임용됐거나 겸임·초빙교원 등으로 임용된 인원은 3,787명이다. 겸임·초빙교원의 지위는 강사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그렇기에 4대보험과 퇴직금 지급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겸임·초빙교원의 임용이 대학 내에서 일시적으로 확대됐으나, 교육부가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지표에 강사법의 운영 척도를 포함하면서 사안의 판도가 달라졌다.

 
 

대학과 교육부, 대학 재정지원과 강사법

  지난 6월 27일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공개된 ‘강사제도 안착을 위한 사업별 지표 설정 방향’에서,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에 총 강좌 수 및 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을 10% 내외로 반영할 계획이며, 나아가 BK21 4단계 사업 선정평가 지표에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강의기회 제공 실적과 계획’을 포함하고 배점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월 6일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서도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개선 방향으로 ▲학생의 강좌 선택권 보장 및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한 지표 포함 ▲총 강좌 수 ▲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 ▲강의 규모의 적절성 ▲강사 보수 수준 등을 제시하는 등 강사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할 예정이다.
  또한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직 강사에 대한 연구·교육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에 28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해 대략 2,000명을 기준으로 1,4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후 2020년에는 재직 강사 및 실직 강사를 대상으로 540억, 3,300명 지원을 예정하며, 실직 강사 및 신진연구자에게 대학 평생교육원에서의 강의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해고로 인해 생계가 막막한 실직 강사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명시는 없다.
  6월 18일 ‘제15회 서울총장포럼(서울소재 32개 대학총장 모임)’은 교육부 장관과 함께 한 자리에서, 본교를 비롯한 27개 대학의 지지 표명으로 작성된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새롭게 교원지위가 부여되는 강사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고용 기회 개선을 통해 안정적 강의환경을 구축”하고, “강사법의 취지를 살려 학습선택권과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을 통해 제도가 연착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사의 대규모 해고로 그 행보의 결과가 드러난 현 시점에서, 이러한 모순적 행태는 여전히 우리에게 의문점을 남긴다. 명시한 입장문의 약속이 실현되기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학원, 강사법의 사각지대

  대학원은 평가지표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교육부의 관여가 적기에, 강사법 적용에 있어서 강사 강의 담당 비율 등이 학부보다 자율적이다. 본교의 경우 대학원 내 강사 임용 비율을 점차 축소하고 있으며,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임이 본지 350호 보도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본격적인 강사법이 시행된 금학기에는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가 소수거나 없는 학과도 발견할 수 있었다.전임교원의 수업시수 확대는 강사법이 유예되는 과정에서 대학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2017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구대 분회는 “전임교원 수업시수 확대 정책을 철회하라”며, “질 좋은 교육과 시간강사들의 고용안정 측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라고 항의한 바 있다. 또한 연합뉴스 6월 5일자 기사에 따르면, 강사법 협의에 있어 강사단체 측이 “강사들의 강의 자리를 보장하고 전임교원의 강의 부담을 덜어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전임교원 강의시수 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대학 측의 반대로 시행령과 매뉴얼에선 빠졌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전임교원 강의시수를 9학점 이하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우는 “이번 학기 학과의 개설 과목이 너무 적어 연구에 필요한 과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들을만한 수업을 위해 타학과 과목까지 찾아보고 있다”며 수강신청의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원우는 필수과목 이수를 위해 한 학기를 휴학해야 했던 경험을 밝히며,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과목이 좀 더 자주 개설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학원의 학생들은 연구자로서 자신들 각자의 새롭고 다양한 연구 주제를 밀도 있게 구성해야 하며, 학교는 이를 뒷받침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강사 임용 축소는 연구 및 논의의 한계와 맞물려 학문적 경직성을 낳는다. 상기 정부와 학교가 언급한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노력에 대한 발화들이 언젠가 실현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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