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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삶, 한 권의 책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2012)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2012)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2012)은 단편 애니메이션 〈미스터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책 여행〉(2010)을 원작으로 한다. 윌리엄 조이스(W.Joyce)와 브랜든 올덴버그(B.Oldenburg)는 문봇 스튜디오를 창립하며 원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개봉 당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이야기가 지닌 따뜻한 힘만큼 강한 저력을 보였다.
  ‘이 세상 모든 낱말을 사랑’한 주인공 모리스 레스모어(Lessmore)는 갑자기 불어닥친 태풍에 휩쓸려 이야기도, 빛과 색도 없는 낯선 세상에 불시착한다. 정처 없이 방황하던 모리스는 책으로 만들어진 풍선을 잡고 하늘을 나는 여자가 건네준 책 한권이 이끄는 곳을 따라 수많은 책으로 가득찬 집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모리스는 낡은 책을 돌보고 일기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과 함께 하루하루 활기와 색을 찾아가던 모리스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되자 우연히 마주쳤던 여자처럼 날아다니는 책을 잡고 하늘로 향하게 된다.
  작품은 모리스가 남기고 떠난 책을 한 소녀가 펼쳐드는 장면으로 끝난다. ‘한 명의 삶이 남긴 한 권의 책이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이끈다’는 책의 주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환상을 제공한다. 우리가 더 적은 것(Less)에서 더 많은 것(More)을 얻을 수 있다면, 한 권의 책만큼 완벽한 것이 없을 테다. 2005년 미국 남부를 휩쓸었던 태풍 카트리나의 피난처에서 아동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원작의 영감을 얻었다는 윌리엄 조이스의 일화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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