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스포츠]

챔피언이 마주해야 했던 인종주의

  잭 존슨이 활동했던 시기는 흑백 분리정책으로 인해 백인과 흑인 사이의 대결조차 성사되기 어려웠다. 스포츠가 백인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기제로 작동했던 시기에 현역 백인 챔피언을 모두 무너뜨린 존슨은, 1910년 칩거하던 백인 복서 챔피언 짐 제프리(J.Jeffries)와의 대결에서까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그는 억압받던 흑인들의 영웅으로 순식간에 떠오른다.

■ 짐 제프리와의 경기를 앞둔 잭 존슨
■ 짐 제프리와의 경기를 앞둔 잭 존슨

  그러나 그의 개인사 역시 챔피언으로서 이뤄낸 성취만큼 인종주의와 분리될 수 없었다. 흑인 복서로서 성공한 이후, 그는 당시 금기시됐던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커플을 이루며, 백인 여성 편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흑인 지식인들은 존슨이 성공한 흑인 복서로서 백인 중산계급의 생활을 내면화하고, ‘모범적 시민으로서의 흑인’ 모델이 돼 흑인 대중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존슨은 백인 여성 편력을 이어감은 물론, 성공 과시를 위해 사치품을 구입하고 뽐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존슨의 불운은 1913년부터 시작됐다. 백인의 심기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던 존슨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하는 법령은 매춘부의 주(州) 경계 이동을 금지한 것이나, 실제로는 흑인들을 기소하는 데 유리하게 쓰였다.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존슨은 결국, 1920년 10개월 형을 마쳤다. 백인의 우월함을 위협하는 몸, 우상으로서의 몸, 금기를 흐트러트리는 몸을 지녔던 존슨은 1946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의 불공정성을 인정하며, 잭 존슨을 이례적으로 사후 사면했다.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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