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8.12 월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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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작품소개] 자연에서 마주한 내면의 표정이호억 / 예술학과 박사 수료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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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승인 2019.06.04  19: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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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억 作, <애월의 지문>, 화첩에 분채와 수묵, 35x99cm, 2018

자연에서 마주한 내면의 표정

이호억 / 예술학과 박사 수료

■ 사생수묵(死生水墨)은 작가의 사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2015년 아버지께서 위암 투병을 시작하셨다. 병상에 누워 미동 없이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며 다시금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어른의 위태함을 바라보는 무력함에 초연해진 나는, 홀로 논산에 있는 선산에 올랐다. 하염없이 내린 눈으로 산은 순백으로 뒤덮였고 할아버지의 숨결이 담긴 토지지신비문과 나무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비문을 만졌다. 이때 물질로서 뜨겁게 움직이는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리된 공간에서 ‘멈춰짐’으로 마주한 경험이었기에, 이 움직임의 근원을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지필묵을 들고 무명의 섬과 숲으로 떠나 스스로를 고립 속으로 던졌다. 그동안의 모든 앎과 불만을 전복시켰던 이 경험으로, 나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생각이 바뀐 만큼 작업의 방식도 바뀌었다. 종전의 작업이 박제되고 위태로운 동물의 형상으로 근대인의 삶을 비추던 방식이었다면, 사생수묵이라는 작업태도의 핵심은 스스로를 인적 없는 이계의 공간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자연에서 마주한 내면의 표정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이호억 作, <대천일몰>, 화첩에 수묵, 35x99cm, 2017

■ 사생수묵으로 그려진 <붉은 얼굴> 시리즈는 ‘시선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간 내 시선이 외부를 봐왔다면, 자연이라는 벽을 거울삼아 외부에서 내면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태도로 ‘뿌리’와 ‘대지’라는 두 개체의 결합에 주목한다. 대지는 있을 뿐이고 뿌리는 갈구한다. 뿌리는 대지의 형상에 맞춰 자신의 몸을 비틀고 비집어 기어이 처절하게 대지를 움켜쥔다. 이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살아가는 것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의 그림은 결국, 우리가 꿈꾸는 완결한 사랑이란 상상의 세계이자 이뤄질 수 없는 미완의 사랑임을 상징하고, 이는 미완의 나를 고백하는 것과 같다. 나는 붉은색 분말과 검정색 분말을 불규칙적으로 으깨고 섞어 소량의 아교액과 배합해 그림을 그린다. ‘선’이라는 명료한 구분의 장치를 쓰지 않고, ‘입자’로서 살아 움직이는 감정을 종이라는 피부에 묻혀내려는 의도에서다.

   
■이호억 作, <모슬포의 파도석_표정>, 화첩에 분채, 34x23cm, 2018

■ 작가는 현대사회를 디지털식민지로 지칭한다. 이러한 시대에 수묵이 지닌 가치와 의미는

  방대하고 일방적인 정보의 공급은 사유의 힘을 끝없이 약화시키고 있다. 가면 쓴 발언권을 획득했으나 집단작용 속에서 온전한 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그림이나 책은 작화자의 내면을 공유하며 보는 이의 주체를 자각게 한다. 특히 수묵은 몸으로 구현되는 목소리와 언어로의 가치를 지니고, 자기감정을 가장 예민하게 토로할 수 있게 한다. 유화와 조각과 사진에 각기 다른 재료적 특수함이 존재하듯, 수묵도 이미지에 더해 감정을 쓰는 방식이 운필로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수묵이 그 재료적 특성으로 신화적 의미가 부여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받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수묵이 문명세계에서 가치체계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지 예술로서 작동하는 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리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이호억 作, <사슴 숲 고향을 그리워하다(원화)>, 41.5x172cm, 화첩에 주묵, 2017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이호억 개인전>
■ 일 시 | 6.4(화)-7.5(금), 매주 월 휴관
■ 장 소 | 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 작가와의 대화 | 6.21(금) 15시
1부 - 발표
        중앙유라시아미술사에서 울지을승의 요철법_주수완 (고려대 교수, 문화재 전문위원)
        왜 한국화에 주목하는가_김유연 (뉴욕 독립 큐레이터) 
2부 - 패널 토의 (이호억의 작품을 중심으로)
       권영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역임, 실크로드미술 전문가)
       주수완 (고려대학교 교수, 문화재 전문위원)
       김유연 (뉴욕 독립 큐레이터)
       이호억 (전시 작가)
       김영종 (기획, 비평문 작성)
3부 - 청중과의 질의응답

■ 문 의 | 갤러리 전시팀 02-730-5514

   
■이호억 作, <야쿠섬의 말머리>, 장지에 식물성 염료와 먹,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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