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스포츠]

‘엘 클라시코’라는 우연의 교차지점

 

 
 

  ‘클럽 이상의 클럽(Mes que un Club)’.

  F.C.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은 스페인 축구클럽과 지역민족주의의 긴밀한 연관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스페인 축구클럽은 각 자치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판을 마련하고 성장해, 초창기부터 지역민들의 지역민족주의적 감정이 투사됐으나 그것이 현재와 같이 과열된 양상은 아니었다.

  프랑코 독재정권은 지역 고유어를 금지함은 물론, 축구 경기 전엔 선수들에게 파시스트 찬가 ‘Cara al Sol’을 부르도록 강요했고, 축구구단의 운영진마저 정권이 임명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스페인의 지역민족주의는 억압받는다고 해서 쉽게 사그라질 수 있는 속성의 것이 아니었다. 프랑코 정권이 지역 정체성을 탄압할수록 지역민들의 울분은 축구 경기에 투사됐다. 타 클럽처럼 자생적 설립·발전과정을 거쳤음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카스티야인과 중앙정부의 상징으로서 F.C. 바르셀로나의 라이벌로 ‘재구성’됐다.

  하지만 클럽 태동기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이방인에 의해 이뤄졌다. F.C. 바르셀로나의 창립자는 스위스인 한스 감페르(H.Gamper)로, 그는 후에 조셉 감페르라는 카탈루냐식 이름으로 개명한다. 그만큼 그는 카탈루냐 민족주의에 열성적이었다. 다른 한편,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창단을 주도한 후안 파드로스(J.Padros)는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카탈루냐인이다. 축구공은 운명을 모른 채 구르며 역사의 단면들을 만나 거대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엘 클라시코’는 그 문화의 대표주자다.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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