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선거를 앞두고

치열함이 깃든 대학원총학생회를 기대하며

  지난 4월 12일, 100주년기념관(310관) B602호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관 하에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가 열렸다. ▲선거 관련 시행세칙 발의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회칙 발의 및 제정 관련 사항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이번 전대회의 핵심 논의 사항은 유실 후 새로 제정된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선거시행세칙(이하 선거세칙)’ 발의와 의결이었다. 선거세칙 발의에 앞서, 회칙 개정안 발의가 진행됐으나, 모두 선거관련 사항으로 ▲입후보를 위한 정회원 추천인 수 증가(50명에서 100명)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인원수 증가(8명에서 10명) 등이 논의됐다.

 
 

제40대 대학원총학생회 회장단 선거를 향해

  비대위가 마련한 ‘선거세칙’은 학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토대로, 대학원에 맞게 일부 조항만 수정된 것이다. 제정된 선거세칙은 전반적으로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과 회장단 후보와의 ‘거리두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거세칙 제3장 제2절의 ‘대리인’ 제도는 본교의 학부 및 타 대학원의 선거시행세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선거운동본부 제도의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 대리인 제도에 따라, 입후보를 위해선 회장단에 후보자가 추천한 ‘대리인’ 1인이 포함돼야 하며, 대리인을 통해서만 선관위와 접촉이 가능하다. 대리인은 참관인 역할도 겸해야만 하며, 선거운동을 비롯한 선거 전 과정에 있어 대리인을 거쳐야 하기에 선관위와 후보자 사이의 업무 진행의 비효율이 우려되는 바다. 우려에 관한 본지의 의견에 김윤선 비대위원장은 “해당사항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며, “커뮤니케이션과 절차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룰미팅’ 제도(선거세칙 31조)가 신설됐다. 회장단 후보 최종 등록을 위해선 선관위가 주관하는 룰미팅에 참여해 최종 입후보 자격 여부·선거세칙·선거유세 장소 등 선거제반 사항을 논의해야한다. 또한 룰미팅에서 결정된 사항은 24시간 이내 원우들에게 공지돼야 한다. 전대회에서 논의된 ‘공탁금’ 제도(50만원)는 대리 입후보 및 진정성이 결여된 원우의 입후보 등록 방지 차원에서 마련됐으나 다수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전대회 이후 추가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은 “대학원 사정에 맞지 않고 실효성의 결함을 보여 세부 조항에서 삭제”했음을 밝혔다. 새로 제정된 선거세칙은 5월 첫째 주 원총 카페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선거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선거세칙 제정에 있어 부정선거 방지에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비대위와 원총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 인터뷰에서 김윤선 비대위원장은 제40대 원총 회장선거에서 부정선거 논란을 일으킨 박세연·연우진이 공평한 심사와 면접을 거쳐 비대위 신임국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대회 6명의 신임국장 소개 명단에 박세연·연우진의 이름은 없었다. 10명의 비대위 국장 중 비대위원장이 설명한 2명의 기존국장과 6명의 신임국장에 기존도 신임도 아닌 비어있는 2명의 국장은 누구일까. 전대회에서 소개 명단에 없는 두 명의 국장에 관해 이의제기를 하자 비대위원장은 ‘실수’라 해명했다. 이후 추가 인터뷰에서도 비대위원장은 “발표자료를 만들며 생긴 실수”라 답했다. 한편 비대위원장은 박세연·연우진 현 국장의 회장단 입후보 관련 사항에 대해선 ‘현 선거세칙으로는 두 사람이 입후보한다 해도 제지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처음’이란 말로 용인될 수 없는 것들

  다음 안건은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생회칙(이하 성평등 회칙)’ 이었다. 인권위원국의 안소정 국장은 성평등 회칙 전반과 ‘회칙 내 익명신고 접수’ 제도(성평등 회칙 제14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성평등 회칙은 ▲성평등 개념의 축소 ▲사건 해결 방식의 구체적 절차 제시 부족 ▲공동체적 해결이라는 불분명한 해결책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김우식 사회학과 부대표는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회칙의 내용이 ‘성폭력’에만 집중돼 있고, 성폭력 ‘예방’을 언급했으나 예방책 제시 역시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동체의 주체가 불분명하며, 사건 해결 방식에 있어 ‘평가과정를 투명하게 공개(제12조 3번)’하는 것을 세부 조항으로 제정하면, 후일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성폭력 사건들의 세부 경위가 공개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사항들에 비대위는 “신생국이라 아직 미흡하지만 사항을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성평등 회칙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익명신고 처리’와 관련해 세부절차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익명신고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대위와 원총이 익명신고를 접수받는 점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만, 익명신고 후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상위기관인 인권센터와 소통하거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앞으로의 원총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한 절차는 언급된 바 없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비대위의 답변은 “신생국이라 아직 미흡하지만 사항을 반영토록 노력하겠다”로 반복됐다.

  무엇보다 회칙이나 세칙은 한번 제정되면 개정되지 않는 한 유효하고 규정 수정 절차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신생국이라 미흡하며 앞으로 시정해가겠다’는 답변만이 최선이었을까.


지켜지지 않은 절차와 세칙

  제39대 원총과 마찬가지로, 비대위가 주관한 전대회 진행 과정 전반에서도 ‘안일함’이 드러났다. 비대위는 각 조항별 의결을 거치지 않고, 회칙 개정안·선거세칙·성평등 회칙처럼 큰 단위의 안건을 ‘반대 거수’ 투표만을 통해 통과 기준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냈다. 그러나 세칙조항 등의 논의는 ‘각 조항별’로 ‘찬성 거수’ 투표 혹은 ‘비밀투표’를 통해 인준돼야 함이 원칙이다. 비대위원장은 본 사항에 대해 “이번 학기에 전대회를 추가로 여는 것은 어렵지만, 인수인계 시 전대회 투표방식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답했다.

  절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켜지지 않은 세칙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학기 초 전대회 시 추천돼야 할 감사위원들은 왜 그 자리에 없었는가. 비대위원장은 “1명을 제외한 감사위원 선발을 마쳤다”고 전했지만, 감사위원 인준 지연 문제는 이전 전대회에서도 불거졌던 문제다. 비대위 체제에서 승인된 예산 관련 설명을 비롯해, 연구공간·강사법 대응에 대한 논의는 왜 이뤄지지 않았는가.

  ‘조항 별 수정 사항에 대해 각각 투표 후 의결함이 원칙’이라는 김우식 사회학과 부대표의 의견에 비대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세부사항을 모두 개별 투표를 할 경우, 회의 진행이 힘들어 집니다”. 비대위원장의 말은 어쩌면 전공 연구만 하기에도 벅찬 현재 대학원생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관심이란 이름으로 쌓여져가는 바리케이드를 넘어트려야 할 선두는 누구인가. 공동체 문제에 치열함을 보여야 하는 이가 먼저 그 치열함을 다했을 때만이 타인을 공론장의 중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다가오는 제40대 원총에게 치열함이 깃들어 있길 희망한다.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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