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대자보 훼손 연속적으로 나타나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 피해자 연대의 입장문과 지지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 전부가 무단 철거된 사건이 발생했다. 본 연대는 지난 4월 6일, ‘그런 이유로 멈추지 않겠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해당 사건을 알렸다. 원우들과 방호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일어난 대자보 훼손은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닌, 학내에서 불특정 개인들로부터 연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행위다.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 성명서를 포함한 학내 대자보의 일부가 무단 철거된 사실을 공론화했다. 비대위 측은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으나 당시 경찰이 확보한 CCTV의 화면만으로는 피신고인의 신상을 파악할 수 없어 수사가 종결됐다. 지난 4월 초에도 서라벌홀(203관)에 게시된 비대위의 ‘‘품위 손상’이 아니라 ‘성폭력’이다’라는 성명서가 훼손됐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어떤 경위로 훼손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향후 같은 사건이 반복될 시, 성폭력 고발 및 해결과정에 대한 반발이라 생각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 입장을 밝혔다.
  대자보를 훼손 및 철거하는 행위는 형법 제366조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법행위다. 현재 학내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미비한 상황에서, 대자보 훼손 행위가 잇따르는 경우 ‘2차 가해’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김민하(전 미디어스 편집장)는 “성폭력 사건 공론화를 ‘거짓’으로 보거나, ‘진정한 폭로’가 아니라고 보는 시선이 반(反)지성주의와 맞물려 폭력성을 띤 훼손 행위로 나타난 것”이라 논했다. 해당 메시지에 대한 반(反)의견으로 대자보를 찢거나 없애버리는 등의 과격한 행위를 표현하는 것은 공적 합의의 도달을 위한 학내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이러한 폭력적 행위야말로 학내 여러 사안을 논의할 공론장의 부재 및 일부 구성원들의 미성숙한 의식의 방증이 아닐까.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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