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5.3 금 19:51
오피니언
[원우 말말말] 5분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에요!이혜경 / 예술학과 박사과정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52호]
승인 2019.04.30  16:50:1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5분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에요!

이혜경 / 예술학과 박사과정

  교정의 담이 노랗게 덮인 계절이다. 울타리를 따라 피어난 개나리꽃에, 숨죽이고 억눌렀던 기억들이 새어 나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이맘때, 담장을 샛노랗게 덮었던 개나리꽃 앞에 미소 띤 소녀가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고 찍은 사진 한 장. 그 사진은 언제나 아픔을 간직한 채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노란 개나리의 꽃망울에 노란 리본이 뒤섞여 매듭지어진다. 꾹꾹 억눌린 아픔은 슬픔으로 망울을 터트려 결국 터져 나온다. 놀라다 못해 어이없는 대참사였으나, 사람들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상실을 실감할 수 없을 것이다.
  몇몇 지인들과 한라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세 시간 만에 도착한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하산하자는 일행과 홀로 헤어져 백록담까지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감각이 무뎌진 발을 끌고 지루하게 펼쳐진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맞은편에서 하산하는 분의 “5분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에요”하는 말에 용기를 얻어 한참을 다시 올라가는데, 이번엔 한 학생이 “정상까지 5분 남았어요”라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이고 5분이라는 거짓말을 들으며, 아니 의지하며 마침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교하면 우습지만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세상은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과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로 나뉘는구나’라는 자존감까지 생겨난다. 하산하는 길, 나 또한 등반하는 사람들에게 “정상까지 5분 남았어요”를 앵무새처럼 나눠주며 10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한라산을 내려왔다.
  상처로 인해 평생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극복하고 그 전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선택은 누구의 몫도 아니고 자기 자신의 몫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 길을 경험해보면 새로운 발자국들이 하나둘 쌓이기 마련이다. 상처 또한 아물어 ‘다시 삶’의 이유가 생기게 된다. 두려움을 떨쳐 본 경험은 자존감을 심어주고 삶에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자율적인 존재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면서 말이다.
  나이 들어 공부한다고 하니 “그 나이에 왜 공부를 해?”하는 조소(嘲笑) 섞인 목소리를 간혹 들을 때가 있다. 이 질문은 ‘백록담까지 왜 올라가?’라는 질문과 같다. 물질화되는 세상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고 고유한 존재로서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적인 삶을 위한 노력이다. 나는 배움의 과정을 통해 불안과 두려움은 경험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경험으로 인해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쩍쩍 갈라진 황무지 아래로도 봄비가 스미듯, 나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는 것을 외면하지 않게 될 것이고, 꽃이 지면서 고개를 내민 연둣빛 잎이 신록으로 짙어가는 5월을 따스하게 맞이할 수 있겠지.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56-756 서울 동작구 흑석동 221 학생문화관 2층 언론매체부(중대신문 편집국)  |  대표전화 : 02-820-6245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방송국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국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국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