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에서 처벌까지, 그 험난한 과정

 

  지난해 12월에 공론화된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의 조사가 대학원위원회에서 인권센터로 이관돼, 지난 3월 27일 1차 인권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개최됐다. 한편,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은 지난 3월 4일 대책위의 결정 사항이 학내 게시됐다.


변경되지 않는 ‘원칙’, 누구를 위함인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경과는 ▲인권센터의 피해자 직접 방문 접수 요구 ▲사회복지학과 내 조사위원회의 조사 ▲대학원위원회에 가해자 징계 요청 ▲인권센터로 사건 조사 이관으로 요약된다.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사항은 초기 사건 접수 당시 인권센터가 피해자에게 ‘직접’ 방문을 요구한 것이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인권센터 김주아 전문연구원에게 대책위의 조사 방식을 묻자, “학과 내 조사위원회의 자료를 인권센터에서 검토한 후 이를 바탕으로 대책위를 진행하므로, ‘예외적’으로 대리인을 통해 조사 진행 중”이라 답했다.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회복지학과 조사위원회의 자체적인 조사 자료가 있기 때문에 대리인을 통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건 초 문제가 된 피해자 직접 방문 접수 방식은 유지되는 것일까.
  김주아 전문연구원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기존 절차의 유지를 인정했다. 그 근거로, “대리인이 진술서를 자의적으로 수정해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다”며, “신고는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대리인을 통할 수 있겠으나 원칙적으로 피해자 직접 조사를 통해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칙’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의 신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공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변경되는 것은 없다. 이러한 결론이라면, 사회복지학과 조사위원회처럼 자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피해 사례의 경우, 피해자가 신원을 보호받기 힘들고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 또한 어려워 보인다.
  사회복지학과장 장영은 교수에게 1차 대책위의 결정 사항에 관해 질문했으나, “아직 가해자의 이의신청 기간이 남아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대책위 과정이 종료되고 인권센터에서 징계가 권고된다면 대학원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한 가지 사건, 두 개의 시선


  지난 3월 4일 학내 게시된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위의 결정사항에는 “인사 규정 제42조 ‘품위유지의 의무’에 근거해 피신고인이 교원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했다고 판단” “피신고인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 “신고인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에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3월 18일 성명문에서 대책위가 ‘성폭력’으로 명명하지 않고, 징계 요청 또한 ‘품위유지의 의무’ 조항에만 근거한 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인권센터 이정민 전문연구원은 문제된 사안에 대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책위에서 성폭력에 관해서는 일치된 결론에 이르지 못했으나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는 공통된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에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점에 근거해 결정된 내용”이라 답했다. 이는 지난 3월 29일 학내 배포된 <잠망경> 새내기특별호에 실린 답변과 오차 없이 동일한 것으로, 인권센터가 특정 질문에 대해 기계적인 답변만을 회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학교의 입장을 명료히 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 사건’을 ‘교원의 품위와 명예를 손상한 사건’으로 축소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이라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을 해결해야 할 기구에 대한 신빙성이야말로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영어영문학과 A교수 건은 학교 이사회 산하의 법인사무처에서 징계를 관할할 예정이다. 두 사건 모두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학내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바이다.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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