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4.3 수 04:56
기획학술
[토론문] 디지털 세상에서 끊임없이 변모 중인 서사학을 위한 학문적 실천조희영 /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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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호]
승인 2019.04.02  15: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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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문]

디지털 세상에서 끊임없이 변모 중인 서사학을 위한 학문적 실천

조희영 /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서사학과 기호학의 대표 지성인 롤랑 바르트(R.Barthes)의 언급대로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서사는 늘 인류와 함께 했으나, 서사학의 주요 대상과 방법은 시대와 매체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천해 왔다. 새로운 매체는 언제나 그 물질적 속성을 반영한 새로운 서사학을 요구했고, 그렇게 새롭게 정립된 서사학은 매체 자체를 이해하는 경로를 다채롭게 구성해 왔다. 오늘날 상호작용이 가능한 새로운 매체로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 생활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변화의 패러다임을 도출하며 새로운 유형의 서사를 양산하고 있다.

  비디오게임과 인터랙티브 드라마로 대표되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은 1980년대부터 ‘플레이어’라 통칭되는 사용자들에 의해 향유돼 왔다. 플레이(Play)라는 단어는 게임의 정체성(놀이, 놀다)과 서사의 정체성(연극, 연기하다)을 모두 아우른다. 별개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서사와 놀이가 한 단어로 묶이듯, 그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혼재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하나의 매체 안에서 결합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두 영역을 아우르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의 서사에 관한 연구는 그간 나름의 이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게임 연구에 기존의 서사학을 대입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러톨로지스트와 서사학으로 풀어낼 수 없는 게임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루돌로지스트 양 진영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불거진 날카로운 대립과 서로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내러톨로지스트와 루돌로지스트 간의 논쟁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격렬했지만, 그 이면으로는 두 진영 사이의 상호작용과 침투는 각각의 문제의식과 연구의 심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대희의 논문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플레이어의 참여로 서사가 진행되는 디지털 매체 고유의 물질적 속성 및 서술자 특성에 기반한다. 또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 서사의 고유한 특징을 포착하고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 자세를 취한다. 전통적인 서사와 달리 컴퓨터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정보 탐색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육체적 개입을 통해 이야기를 구현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내러톨로지스트의 대표 주자인 자넷 머레이와, 루돌로지스트인 에스펜 올셋과 이안 보고스트가 공통적으로 이러한 ‘플레이어성(性)’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 착안해, 김대희의 논문은 시스템 외부의 플레이어 자신과 시스템의 일부인 플레이어 에이전트로 분열되는 플레이어의 참여 특성을 심도있게 논구한다. 미케 발은 최종 심급의 서술자를 사람이나 인칭이 아닌 작가 등을 대리해 서술 행위를 수행하는 서술 에이전트(Narrating Agent)로 설정했다. 김대희는 이에 동의해 오랫동안 서사학계의 쟁점이었던 서술하는 ‘나’와 서술 에이전트에 대해 독자적 규명을 시도했고, 이는 그의 연구의 가장 중요한 성과다.

  더불어 기존의 디지털 인터랙티브 서사 연구에서 ‘공간’에 비해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사 범주로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플레이어의 체험 시간이 로그(Log)에 기록되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반영해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 서사의 시간을 ‘스토리 시간·담론 시간·체험 시간’의 세 가지 층위로 구분하고 스토리 시간과 담론 시간의 불일치에 대한 검토를 강조한 점은 추후 게임 연구에서 시간에 대한 보다 정치(精緻)한 통찰을 독려할만한 공로로 평가된다. 다만 ‘공간’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기존 학계의 함의로부터 주장의 진전이 미약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중후반 게임의 서사 구조와 서사적 지위에 대한 논의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던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 서사 연구가 2010년대 들어 동력을 잃고 있다. 산업화에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 매체가 창작과 연구 분야의 대상으로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는 데 반해 게임의 경우 산업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서사학을 비롯한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삶의 양식 변화와 함께 디지털 인터랙티브의 영상성과 놀이성이 우리가 생활하는 현실 공간에서 차지하게 된 비중에 비해 그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와 교류할 수 있는 전략적 창작, 시대상을 점검하고 선도하는 발전적 기획력을 위해 다양한 디지털 서사에 대한 학문적 내밀화는 시급한 과제다. 특히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의 서사 연구는 앞으로 머잖은 미래에 국내에도 도래할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의 산업화와 함께 매체의 변화에 발맞춰 더욱 다양한 형태로 분기·진화돼야 하는 중요 분야다. 쉼 없이 변모를 거듭해 가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상 서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전된 관찰과 해답을 요구하고 있으며 김대희의 논문이 다양한 후속 연구를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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