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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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대 스포츠를 통해 본 민족주의와 초국가주의유호근 / 청주대 정치안보국제학과 교수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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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호]
승인 2019.04.02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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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정치 ② 민족주의 대 초국가주의 - 현대 스포츠의 논쟁]

스포츠는 우리를 열광케 하고, 열광은 대중을 부른다. 때문에 정치인은 스포츠를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우리팀’과 ‘상대팀’을 나누며, 경쟁과 규칙의 소용돌이 속에 위치한다. 따라서 스포츠는 결코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 스스로 애국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월드컵을 보며 왜 자국을 응원하게 되는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경기지만, 그 안에 내포된 다층적인 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스포츠 외교 ② 민족주의 대 초국가주의 - 현대 스포츠의 논쟁 ③ 카탈루냐의 염원 - 정치적 갈등과 스포츠에의 열정 ④ 스포츠와 몸의 정치학

 

 

현대 스포츠를 통해 본 민족주의와 초국가주의

유호근 / 청주대 정치안보국제학과 교수

  오늘날의 스포츠는 국가 안팎을 넘나드는 사회적 현상으로, 신체 활동을 주로 하는 제도화된 경쟁 활동이다. 스포츠 경기의 ‘경쟁’이라는 속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타인이 속한 집단을 구분하고, 앤더슨(B.Anderson)이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로 설명하듯이, 자신이 속한 집단(국가)에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도록 만드는 ‘동일시의 상징’을 제공한다. 홉스봄(E.Hobsbawm)은 모든 국가에 내재된 공통의 정체성은 대중적인 신화·계승된 전통·특정한 문화적 가공물들이 적절하게 혼합된 것에 뿌리를 두며, 스포츠가 이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축구 국가대표팀 11명이 국민과 일체가 됐을 때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상상의 공동체는 현실로서 분출된다. 단지 구경하며 열광하는 개인은 스스로가 국가적 상징이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홉스봄은 지적한다.


스포츠 현상과 민족주의(Nationalism)

  국가는 스포츠를 국가 단위의 집단적 결집과 민족주의를 고양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국가 행위자 중심의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자국 선수들의 승리는 국가적 단합과 우월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기능했고, 국민적 열정을 한데 묶는 감정적 촉매제로 활용됐다. 예를 들면 올림픽이 민족주의와 밀접하게 결합돼 정치적 편향성이 증폭됐던 경우다.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에서 독일은 3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나치 정부는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TV 중계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대대적인 정치 선전(宣傳)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또한, 독일 선수들의 선전(善戰)을 히틀러의 혈통주의에 입각한 게르만 민족주의 신화로 포장해 집단적 환호와 열광을 극대화했다. 국가 간 경쟁이 스포츠 경기를 매개로 이뤄지면, 경기 순위와 점수에 대한 국가와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고, 그 결과를 국가와 일체화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냉전 시기’에는 올림픽 경기에서의 메달 성과와 경기의 승리 여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간의 우월성으로 등치되면서, 민족주의적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세계화 시대의 스포츠, 그리고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

  그런데 소련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후쿠야마(F.Fukuyama)에 의해 ‘역사의 종언’으로 명명된 포스트 냉전 상황이 도래했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했던 이데올로기 진영 대립 경계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 확장과 심화에 따른 세계화가 이뤄졌다. 자본·상품·서비스는 물론 사람들도 국경을 넘나들고 세계의 전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가의 전통적 주권·국민·영토로 구성된 웨스트팔리아 체제(Peace of Westphalia) 국가 경계가 약화되면서 ‘초국가주의’가 등장했다. 더욱이 영토적 국경을 실시간으로 넘나드는 각종 미디어와 소비주의 세계화를 전파하는 초국적 기업은 민족주의 정체성의 토대인 개인들을 파편화시켰다. 교통·통신의 발달은 국가 간 공간적 거리를 축소(Shrinking Distance)시키고, 스포츠 역시 초국가주의와 결합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전 세계인의 즐길거리로 확대재생산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야구는 고도로 상업화된 MLB 야구로 확대되고 초국가주의에 따라 광역화된 세계로 나섰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회를 창설했다. 유럽 축구의 메이저 리그들은 타 대륙 선수의 유럽 축구 시장 진출을 통해 축구 시장의 국제적 확장을 도모했다. 이처럼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수요 창출, 시장과의 밀접한 결합은 초국가적 글로벌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됐다. 각 스포츠 종목은 기원국만이 아닌 다른 국가들로 확대재생산되며 스포츠 자본주의화 방식인 ‘기업 스포츠(Corporate Sport)’ 형태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다.

  초국가적 이주(Transnational Migration)와 글로벌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탈영토화(Deterritorialized Nation-states)가 진행됨에 따라 공통된 문화와 민족을 탈피한 초국가적 정체성과 민족적 정체성이 사회적 행위에 투영되고 있다. 이렇게 자각된 정체성은 하나의 민족국가(Nation-state) 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국가와 관련돼 형성되고 있다. 이를테면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금메달을 딴 빅토르 안(안현수)의 경우에도 국가 영토를 초월한 개인의 합리적 선택으로 보고, 그를 성공한 한국계 러시아 인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초국가주의적 입장이 표출됐다.

 

 

   
 


국가를 둘러싼 정체성과 스포츠

  스포츠에 있어 민족주의 생산 주체는 국가 혹은 정부로 지칭되는 중앙집권화된 권력의 실체다. 다른 한편, 초국가적 수준의 다국적 기업이나 국제 스포츠 기구는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Mega-sports Event)를 시장과 접목시켜 민족주의를 확장시킨다. 국민국가에 기반한 대중의 수요를 창출해내기 위해 그 나라의 민족주의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스포츠 정치에 있어, 냉전 이전 시기에는 국가 주도로 민족주의를 확장시켰다면 글로벌화 시대에는 초국가적 기업·스포츠미디어·전문화된 스포츠 기업이 주도해 시장 수요 창출을 위한 또 다른 민족주의가 촉발된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선수로서 류현진에 대한 MLB 중계방송, 손흥민의 EPL 경기 방영 등은 국내에 많은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화 과정이 가속화되면서 민족주의에 기반한 전통적 국가의 경계는 낮아지고 있지만, 스포츠에서 초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공존한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의 확장, 국제경제와 비즈니스 공간의 증대 등 초국가주의의 중층적 다차원성이 강화된다. 즉, 올림픽 현상은 국가를 넘어서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국적 공공의 장이다. 그럼에도 올림픽 유치 경쟁·국가 간 메달 수 경쟁·국가적 승리에 대한 열망 등 민족주의에 입각한 국제정치의 본질적 속성이 작용하며, 현실 국가 단위의 정치 함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민족국가의 국익에 기반한 국가 중심 국제체제의 근본적 성격이 변화하지 않는 한, 민족주의와 초국가주의의 이중성은 무게 중심을 달리하면서 지속될 것이다. 스포츠는 ‘왜곡된’ 민족주의와의 잘못된 만남을 통해 편향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확장에 기여한 경험이 있고, 초국가주의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 없는’ 자본시장의 광역화에 봉사하는 길을 걷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스포츠는 인간의 물리적 경쟁 활동을 통해 정신과 육체가 고도로 발현된 인간 행위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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