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다시, 인권센터로


그렇다, 혼자만은 아니다


  지난 2월 26일,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연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술공동체에서의 배제를 두려워하며 침묵했던 과거를 변화시키고자 함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2차 가해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할 것과 본부에 사건 해결을 조속히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고통스런 기억을 또 한 번 꺼내야했다.

  문화연구학과 C강사 사건부터 영어영문학과 A교수 사건까지.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이 계속해서 드러났지만 본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우리는 여전히 가해자를 마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회복지학과에서 ‘선배’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자행된 성폭력 사건까지 추가로 드러나며, 그동안 침묵해왔던 학내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사건이 공론화돼 ‘학문을 지속할 수 없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과 괴로움을 뒤로 한 채 학내 성폭력을 종식시키고자 용기 내 사건을 고발해 왔다. 본부와 피해자 지원 기구는 그동안 발생된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피해자가 침묵하기를 바라는가

  지난해 12월 16일 본지는 ‘사회복지학과 사건 발생 및 인권센터 신고 경위’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가해자는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의 남성으로, 학과 내 여럿의 여성 원우에게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자행한 사실과, 인권센터 신고가 어렵게 된 경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피해자들은 학기말에 있을 종강 모임에서 2차 피해가 우려돼 인권센터에 ‘대리인’ 신고 접수를 진행했지만, 피해자 직접 ‘방문’ 신청 접수를 요구해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

  대리인은 인권센터에 2차 피해 우려로 피해자들이 직접 신고를 어려워하는 상황임을 알렸으나, 사건의 개입을 위해서는 피해자 본인의 ‘직접’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는 대리인에게 인적사항을 전달해 피해 조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인적사항을 전달했음에도 불구, “익명 신고는 신빙성이 없으므로 직접 방문해 진술서를 써야한다”는 인권센터의 입장이 돌아왔다. 사회복지학과 피해자들은 인권센터의 피해자 직접 ‘방문’ 접수 요구에 신고를 포기해야 했다.

  이에 사회복지학과는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건을 진술·조사해 나갔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원위원회에 가해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대학원위원회는 “사건을 명백히 하기 위함”이라며 인권센터에 조사를 요청했다. 인권센터 조사가 이뤄지면 대학원위원회에서 가해자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사건의 조사는 피해자들이 최초 신고한 인권센터로 되돌아갔다. 최초 신고를 접수했던 상황처럼 피해자들이 그들 모두의 인적사항을 요구받거나 ‘방문’ 접수 등의 조사 방식을 또다시 강요받아선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복지학과장 장영은 교수는 “대학원위원회·인권센터·사회복지학과·피해자연대는 재조사가 필요할 경우 ‘익명조사’ 또는 ‘대리인’을 통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 말했으며, “대학원위원회와 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는 가운데 사건을 조속히 해결할 예정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아직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했다

  사회복지학과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진상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동안, 가해자는 어디에 있었나. 그동안 피해자들을 향한 2차 피해가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추측성 발언을 금하는 내용의 공지가 학과 차원에서 내려지고 조사위원회는 2차 피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추가적인 가해로부터 피해자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은 과거 C강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2차 피해 선례가 있었기에 본부에 조속한 사건 해결을 요구했지만 미온적 대처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고, 가해자는 페미니즘에 관한 저술 및 토론 활동을 이어갔다. C강사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비호하며 피해자를 폄하하는 2차 가해자들이 있었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인권센터 신고 후 2주가 지나서야 A교수는 수업에서 배제됐다. A교수는 피해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인권센터의 권고를 무시하고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학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사건을 공론화하며 조속한 사건해결을 요청했음에도 가해자는 피해자 가까이에서 활동했고, 2차 피해까지 발생됐다. 그때로부터 지금의 무엇이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영은 교수는 “피해가 발생한 시점이 오래됐으며,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해왔다는 점에서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피해의 고통을 딛고 사건을 공개해 준 피해학생들의 용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사회복지학과 내 내규를 마련할 계획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장영은 교수는 “학과 내 젠더감수성을 높이고, 성폭력을 예방·대처할 수 있는 행정적·교육적 절차를 마련하고자 학과 교수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 답했다.

  본지는 사회복지학과 피해자 연대 입장문에 응답한다. 그렇다, 혼자만은 아니다.

  인권센터·대학원위원회를 비롯한 본부는 피해자 연대 입장에 응답해 조속히 사건을 해결하길 바란다.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dos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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